5.3조 발행… 1월 대비 39%↓
금리 치솟자 채권 발행 큰 부담
신용도 낮은 기업 자금조달 비상


9월 국내 회사채 발행 규모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 주요 국가의 고강도 긴축 장기화와 경기 침체 우려로 회사채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회사채 발행 규모는 5조344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중 최저치로 올 1월(8조7710억 원) 대비 39.1%, 지난해 같은 달(8조4950억 원) 대비 37.1% 급감한 규모다. 긴축 강화로 금리가 치솟은 영향이다. 회사채는 국채보다 신용도가 낮아 통상 국채보다 더 많은 이자를 줘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고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할수록 더 많은 조달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용등급 AA-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지난 9월 26일 연 5.528%, 신용등급 BBB- 기업의 경우 연 11.382%로 연고점을 찍었다. 연저점을 찍었던 지난 1월 3일과 비교하면 모두 3%포인트 이상 오른 셈이다.

AA등급 이상의 신용도 상위 기업들은 높은 금리를 주고서라도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반면,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펀더멘털 악화와 실적 부진에 대한 시장의 우려 때문에 회사채 발행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지난해 양호했던 실적 덕분에 버텨 왔는데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은행권도 기업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어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전환사채(CB) 발행이나 유상증자로 눈을 돌리지만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마저 여의치 않아 신용 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8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매파(통화긴축 신호)적 발언을 내놓은 잭슨홀 연설 이후 시장 투자 심리가 보수적으로 돌아섰다”며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금리 상승이 연말까지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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