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 피의자 전주환씨가 지난 9월 21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김동훈 기자
‘신당역 스토킹 살인’ 피의자 전주환씨가 지난 9월 21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김동훈 기자


‘신당역 스토킹 살인범’ 전주환(31·구속)이 6일 살인보다 무거운 형량이 적용되는 보복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김수민 부장검사)은 이날 전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정보통신망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주거침입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전씨에 대한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명령도 함께 청구했다.

전씨는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받다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9월 14일 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전씨가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피해자의 신고로 기소된 스토킹 범행 사건의 선고 날짜가 잡히고 실형이 예상되자 ‘지금껏 쌓아온 것들이 모두 무너지게 됐다’는 생각에 피해자를 살해할 결심을 했다.

전씨는 결심 공판이 있던 8월 18일부터 범행날까지 4차례에 걸쳐 지하철 역무실을 찾아 피해자의 주소지, 근무 정보 등을 확인했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직위가 해제돼 있던 그는 이 사실을 숨기고 업무 관련 정보를 검색하는 것처럼 행동해 공사 통합정보시스템(SM ERP)에 접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의 정보를 확인한 전씨는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전씨는 자신의 동선을 감추려 휴대전화의 위치정보시스템(GPS) 정보를 조작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성화했고, 대중교통을 탈 때도 1회용 교통카드를 썼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헤어캡·장갑을 준비했고, 옷에 혈흔이 묻을 것을 대비해 뒤집어 입을 수 있는 양면 점퍼를 착용했다.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상황에서 우산을 쓴 피해자를 알아보지 못할 것을 우려해 피해자 주소지의 강수량까지 검색하기도 했다.

이후 전씨는 피해자의 주간 근무 퇴근 시간에 맞춰 주소지 건물에 몰래 들어가 기다렸지만, 피해자가 이미 다른 곳으로 이사해 범행하지 못했다.

선고 기일이 임박했는데도 피해자를 만나지 못하자 전씨는 결국 피해자의 근무지인 신당역을 찾아갔고, 그곳 여자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대검찰청 통합심리분석 결과 전씨는 자기중심적이며 주관적인 해석 양상을 보이는 특성이 두드러졌다. 자신의 잘못은 합리화하면서 외부적 요인에 문제의 원인을 돌리는 등 분노와 적개심이 타인을 향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확인됐다.

폭력 범죄 재범 위험성도 ‘높음’ 수준이었다.

검찰은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공소를 유지할 것”이라며 “2차 피해 방지 및 유족구조금 지급, 이전비 지원, 심리치료 등 피해자 지원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씨는 피해자에게 불법 촬영물을 보내면서 협박하고 메시지를 보낸 혐의 등으로 최근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오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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