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인 평일 오후 7시, 한 지하철 열차 안에서 “이번 역은 ○○역… ○○역입니다” 도착역을 알리는 방송이 울리지만, 많은 사람이 소음에 제대로 역사 명을 듣지 못하고 TV 모니터를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러시아워가 되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공항·기차역·콘서트홀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 우리나라에서 안내방송은 스피커 중심축에서 벗어나면 웬만해선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를 정확하게 알아듣기 힘든 게 엄연한 현실이다. 만약 화재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의 비명과 사이렌이 울어대는 상황에서 비상 안내방송이 잘 들릴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소리산업이 현재의 단순 출력 중심구조를 넘어 ‘명료도’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김재평(사진) 대림대 해군기술부사관학과 교수(음향연구소 소장)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1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소리의 기준이 명료도가 아닌 단순 출력 중심”이라며 “이는 재난 상황을 감안하면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소리가 크고 작은 게 문제가 아니다. 소리 명료도를 기준으로 시설하면 소리가 작아도 소리를 잘 알아들을 수 있고, 소리를 스피커의 출력 중심으로 시설하면 소리는 커도 소리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게 된다”며 “우리나라의 스피커 출력이 얼마 이상 되면 된다는 식의 지침은 조속히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과 ‘2015 광주 유니버시아드’에서 방송·음향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방송·음향 자문교수를 맡은 바 있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대림대에서 ‘해군기술부사관학과’를 신설, 수중음향·통신에 관한 기술을 발전시키고 전파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해군 음탐(음향탐지) 분야에 대해서는 “군함·잠수함에서의 수중 음향 탐지라든가 하는 것은 원체 특수하고 독보적인 기술인 데다가 안보와 직결돼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라며 “아직 시장이 크진 않지만 그만큼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해군에서 장기복무를 하고자 하는 의향이 있다면, 음향탐지 분야는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90%는 장기 전환이 된다”며 “많은 학생이 지원해 이 분야를 키워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