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제재로 3000t급 잠수함 개발 지연 만회 위한 기만전술
9월25일 평북 태천 저수지서 미니 SLBM 발사 장면 10일 공개
군도 탐지 못한 ‘저수지 SLBM’…한국 킬체인 무력화 우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지난 10일 공개한 사진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건 지난달 25일 오전 6시53분쯤 평안북도 태천군 일대 저수지에서 동해상으로 쏜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개발하는 진짜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새벽 서북부 저수지 수중발사장에서 전술핵탄두 탑재를 모의한 탄도미사일발사 훈련이 진행됐다고 북한은 주장했다. 저수지로 보이는 곳에서 미니 SLBM이 솟구치는 장면이 공개된 사진에 나왔다.
당시 우리 군은 북한이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이동식발사대(TEL)에서 쏜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정부 당국은 그 전날부터 SLBM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고, 군은 발사 후에는 SRBM 중에서도 KN-23의 ‘계열’이라고 설명해 SLBM 가능성은 열어둔 바 있다.
군사 전문가들조차도 저수지에서 SLBM을 발사한 국가가 없다면서 남측의 미사일 요격체계인 ‘킬체인’ 등 미사일방어(MD)망을 회피하고 정찰·감시 전력을 회피하고자 열차기동대에 이은 미사일 발사 플랫폼을 다변화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이 잠수함 개발기술은 갖고 있지만 천문학적 비용과 코로나19, 국제제재 등의 영향으로 3000t급 잠수함 개발이 늦춰지면서 SLBM 개발에 대한 긴장도를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분석도 나온다.
잠수함 최고 전문가인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북극성-4, 5형 등 다양한 SLBM을 개발했지만 2018년 전후로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보이는 3000t급 잠수함 개발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북한은 잠수함 기술은 보유하고 있지만 높은 수압에 견딜 압력선체 제련소 기술이 빈약해 중국, 러시아 등에서 모두 3만∼4만 개에 이르는 중요 부품을 들여와야 한다”며 “코로나 19와 강도높은 국제 제재로 건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SLBM 3∼4개를 탑재할 수 있는 3000t급 잠수함에 실제 발사하는 SLBM 시험발사에 성공하면 동북아 게임체인저로 한·미·일에 위협적이겠지만 잠수함 개발이 늦어지면서 긴장도를 높일 대안으로 기상천외한 저수지 발사 SLBM을 착상했다는 논리다.
북한 미사일 권위자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10일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 사진에 대해 “KN-23 계열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니 SLBM의 탄두 모양은 KN-23과 유사하게 길고 뾰족하다. KN-23을 미니 SLBM으로 개량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바 있다. 북한은 이날 실제로 SLBM을 내륙 저수지에서 쐈다고 알린 것이다. 북한이 SLBM을 해상이 아닌 내륙 저수지에서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 교수는 “지난번 기차에서 발사한 것은 옛날 러시아에서도 나온 것이지만, 저수지에서 수중발사했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발사 징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북한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면 킬체인으로 대응하겠다고 하니 발사 징후를 탐지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내륙 저수지에 수중바지선을 설치해 콜드 론치 방식으로 쏜 것으로 보인다”며 “신포 인근 해상이 아닌 곳에서 쏜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콜드 론치란 수중에서 고압 장치로 SLBM을 수면 위로 밀어 올려 점화되는 발사 방식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조선소와 연구소 등이 몰려 있는 함남 신포 일대 해상·수중에서 SLBM 발사를 실험했다.

북한이 SLBM을 내륙 저수지에서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군의 북한 SLBM 탐지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을 뜻한다. 실제로 북한이 도발에 나섰던 지난 25일을 전후해 우리 군은 신포 일대에서 모종의 동향을 포착하고 면밀히 감시하는 상태였는데 북한은 이처럼 신포에서 한참 떨어진 평북 태천에서 발사하면서 일종의 ‘양동작전’을 펼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최초로 저수지에서 발사한 SLBM과 관련 전문가들은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을 기습적으로 발사하는 열차기동대와 마찬가지로, 한·미의 군사정찰 위성의 감시를 피해 핵미사일의 생존성을 높이고자 전술핵무기 발사 플랫폼을 다변화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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