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한 것은 주석보다 총리였다. 장쩌민(江澤民) 주석 집권 시기엔 주룽지(朱鎔基) 총리,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시기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경제정책 실권을 잡았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2기에는 총리였던 리커창(李克强)보다 시 주석의 측근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실세였다. 다가오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비(非)시진핑계 인사인 후춘화(胡春華) 부총리가 총리가 되더라도 시진핑계 부총리가 경제정책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실세’ 부총리로 가장 물망에 오르는 인물이 바로 허리펑(何立峰·사진)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이다.
허 주임의 부총리 기용설은 지금까지 등장하는 인선 관련 전망 중에서도 가장 현실화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 주석의 신임이 워낙 두터운 데다 오랜 기간 경제 분야에서 활약해왔고, 나이 많은 류 부총리의 은퇴도 유력하기 때문이다. 허 주임이 현재 시자쥔(習家軍) 내 최고 실권자로 꼽히는 딩쉐상(丁薛祥)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보다도 시 주석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허 주임은 시진핑 3기 경제정책을 규정짓는 ‘14차 5개년 계획’의 작성자이자,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담당자다. 발개위 산하에 시진핑사상연구소를 설치해 시 주석의 통치철학을 뒷받침한 인사이기도 하다. 시자쥔 내 최대 계파로 꼽히는 ‘즈장신쥔’(之江新軍)은 아니지만 이들보다 먼저 시 주석과 연을 맺은 푸젠방(福建幇)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시진핑 3기 경제정책에 대해 미·중간 무역전쟁 격화와 경제 안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14차 5개년 계획을 보면 ‘안전’이 가장 많고 ‘개혁’이 그다음”이라며 “미·중 패권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이 자국 경제안보에 많은 신경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소장은 “현재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버티고 있는데, 2023년부터는 국가자원을 총동원해 부품 및 원자재 국산화를 통해 미·중 경제전쟁에 나설 것”이라며 “종국에는 미국을 제친다는 게 중국의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