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있는 중고 주방용품 거래 매장 앞에서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김동훈 기자
12일 오전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있는 중고 주방용품 거래 매장 앞에서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김동훈 기자


‘체감경기 바로미터’ 황학동
문닫은 업소 용품 쏟아지는데
창업도 줄면서 구매문의 끊겨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거기서 나온 중고 주방용품 등이 그야말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물건을 들여와 봤자 찾는 손님들이 거의 없어요. 제값도 받지 못해 ‘애물단지’와 다름없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 중고 주방용품 거래업체 대표 유종권(62) 씨는 “매입한 중고 주방용품들이 거의 팔리지 않아 따로 마련한 외부 창고가 가득 찰 정도로 물건이 쌓였다”며 이 같은 고민을 토로했다. 각종 영업용 주방용품과 집기 등을 파는 가게 400여 곳이 밀집한 주방거리는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이었다. 가게마다 입구 주변부터 내부까지 중고 대형 냉장고와 철제 싱크대, 튀김기, 전자레인지, 밥솥, 식수통 등이 가득 쌓여 있었다.

유 씨는 “수년 전만 해도 폐업자와 창업자들이 모두 활발히 드나들며 가게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다”며 “신규 창업이 활발해야 중고 물품도 제값을 받는데, 이제 그런 상황이 아니다 보니 매출이 거의 절반 이상 줄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위축 속에서도 호황을 누렸던 중고 주방용품 거래업체 등 폐업 대행업체들이 수요 급감으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폐업 대행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식당과 포장마차, 주점, 커피숍 등 폐업을 한 곳에서 영업용 주방기구 및 가구 등을 싼값에 매입해 판매한다. 업종 변경 상담과 경영 컨설팅까지 제공해 한때 적지 않은 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올해 두드러지고 있는 경기 급랭 현상이 폐업, 창업으로 이어지는 나름의 선순환 고리를 끊어 버린 게 폐업 대행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12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사업 부진으로 폐업한 자영업자는 2019년 35만3436명, 2020년 35만6865명, 지난해 37만4942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원자재 가격 급등, 고금리 등 복합 악재가 덮친 올해는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보다 85조 원 증가한 994조2000억 원에 달한다.

주방거리에서 중고 주방용품 가게를 운영 중인 권혁민(56) 씨는 “고금리와 원자잿값 상승 여파 때문인지 창업을 위한 제품 구매 문의가 뚝 끊겼다”며 “당근마켓 등을 통해 중고 물품을 직거래하거나, 아예 전임자로부터 가게를 통째로 인수해 돈을 아끼려는 창업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박주영(25) 대표는 “제품 하나를 팔 때 이윤이 40% 이상은 되어야 가게가 유지되는데, 최근엔 15% 정도밖에 되지 않아 손해가 크다”며 “그나마 과거부터 거래해온 식당에 고기 불판을 주기적으로 갈아주는 식으로 물건을 넣으며 근근이 먹고살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최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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