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토크 8회 중 6회가 OTT
커넥트·욘더 등 출연진 무대
지난 2017년, 칸국제영화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의 초청을 놓고 진통을 겪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콘텐츠 ‘옥자’를 영화의 범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OTT 플랫폼과 콘텐츠는 각 영화제와 시상식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5일 개막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도 예외가 아니다.
OTT 플랫폼과 콘텐츠들이 부산영화제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며 기존 투자배급사들의 입지는 줄어든 반면 OTT 플랫폼들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됐다. 이번 부산영화제에서는 OTT 콘텐츠를 소개하는 ‘온 스크린’을 통해 총 9편을 공식초청했다. 지난해 3편과 비교해 3배로 늘었다.
영화인과 관객이 가장 붐비는 개막 첫 주말, 6∼8일 열린 8번의 오픈 토크 중 6번의 주인공은 OTT 콘텐츠였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인 이준익과 미이케 다카시가 이 기간 중 OTT 콘텐츠를 들고 부산을 노크했다. 6일 열린 디즈니+ ‘커넥트’ 행사에는 미이케 감독과 배우 정해인, 고경표, 김혜준 등이 참여했다. 7일에는 토종 OTT 티빙에서 선보이는 신작 ‘욘더’의 주역들이 무대에 섰다. 이준익 감독 외에 배우 신하균, 한지민, 정진영, 이정은 등이 참여했다. ‘욘더’는 김장환 작가의 소설 ‘굿바이, 욘더’가 원작이다. 11년 전 제작을 준비했으나, 먼 길을 돌아 OTT 콘텐츠로 거듭났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욘더’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오게 될 줄 몰랐다. OTT 작품이라 초청을 기대할 수 없었다”면서 “‘때가 왔다’는 게 맞는 말이다. 11년 전에 이 책을 영화 시나리오로 썼는데 실패했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의 또 다른 주인공인 배우 박은빈 역시 OTT 콘텐츠로 주목받았다. 그는 아시아 전역의 TV와 OTT 콘텐츠를 대상으로 한 아시아콘텐츠어워즈 시상식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여자배우상을 받았다.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OTT 플랫폼들은 해운대 곳곳에 홍보 부스를 설치하고 공식 파티를 여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올해 부산에서 ‘글리치’, ‘20세기 소녀’, ‘썸바디’ 등을 선보인 넷플릭스는 영화의 전당 근처에 카페를 열었다. 기존 카페를 대관해 ‘사랑방’이라 이름 붙인 후 넷플릭스 콘텐츠를 소개하고, 관련 미팅을 진행한다. 공개를 앞둔 ‘오징어 게임’ 피규어도 전시했고, 즉석 사진 촬영 부스에는 ‘브로커’로 부산을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다녀가기도 했다.
티빙과 웨이브는 부산영화제에서 공식 파티를 개최했다. 기존 메이저 영화 투자배급사들이 주관하던 행사의 주도권이 넘어간 모양새다. 올해는 CJ ENM과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만 파티를 열었다. 쇼박스와 NEW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고, 롯데는 시나리오 공모전 시상식을 겸한 자체 행사 정도만 진행했다.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OTT가 영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도 있지만 ‘또 다른 영화의 영역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점차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이런 흐름을 인정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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