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맙습니다 - 유한식 박사
“폴란드에 이어, K-방산 무기를 구매하려고 슬로바키아 고위 관료들 30여 명이 전세기를 타고 한국에 온다. (문화일보 2022년 9월 16일자)”는 기사를 읽으며 생각나는 분이 있습니다. 기아자동차 직업훈련소에서 기계 기술을 배우고 있을 때, 저에게 “기술만 배우지 말고 공부도 해. 그렇다고 책만 읽으면 쓸모가 없으니 기술도 배워야 한다. 이론과 경험의 균형을 유지하여 양수겸장이 돼야 오래갈 수 있다”고 하시며 책을 권하셨습니다. 그때 공장에서 자주 읽어야 하는 책으로는, 공작기계, 품질관리, 생산관리 등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바로, 당시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나가 2등을 하신 유한식 박사입니다.
그분은 한국 K-방산의 밑바닥 기술에서부터 국산 대포를 만들고, 기아와 현대의 합병과정까지 진두지휘한 기술자였으며 회계학 박사입니다. 지난해 경남경영자총협회에서 동영상 강의를 했는데, 이를 보신 유 선배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창원의 한 호텔에서 만났습니다. 40여 년이 흐른 뒤의 만남에서 두 남자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유 박사님은 선반(旋盤)과 밀링(milling), 프레스 등으로 쇠를 깎고 피스톤을 만들며 자동차 부품을 제작하는 기술을 연마하실 때, 집중력이 대단하셨습니다. 식사 때를 넘겨도 배고프단 말씀 한마디 없으시고, 야근할 때도 시간을 묻지 않으셨습니다. 밤과 낮을 구분하지 않고, 기능과 이론의 균형을 주장하시며, 공장에서 일하는 기능공들과 술자리를 함께하는 자리에서도 책을 펴 놓고 설명하시는 분이셨습니다.
행여 제가 말실수를 하거나 불량을 내면 모질게 꾸중하시며, “기술자가 되기 위해 배우고 익혀야 할 자세가 무엇이며, 기술 강국이 되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설명하셨습니다. 때로는 “듣기 싫고, 잔소리 같은 충고”를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요즘처럼 가볍고 무질서한 세상에 다시 생각나는 선배입니다. 현장관리자들이나 기능직 사원들에게 강의를 가면 항상 빼놓지 않고 예를 드는 어른이 바로, 유 선배님이십니다.
어렵고 힘든 세상일수록 깐깐하고 철저한 어른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능·기술직 사원들을 무시하는 듯한 세태가 원망스럽고, 실업자가 100만 명인 상황에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는 중소기업 사장이나 공장장들을 만나면 과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배부른 사회가 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격년으로 개최되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한국은 19회나 1등을 했습니다만, 최근 4년 동안 중국이 2년 연속 1등을 하고 바로 전에는 러시아가 2등을 하여 한국이 3등을 했습니다. 기능·기술이 무너지는 듯하여 속이 상합니다. 그나마 올해는 고용노동부에서 대표선수들에게 지급하는 훈련수당을 100만 원으로 인상하고, 신규훈련장비 도입을 위해 72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위안이 됩니다.
반도체와 조선산업, 철강산업은 세계적 우위를 점령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기술의 집합체입니다. 이 모든 것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경제발전 계획의 결실이며 동시에 다른 산업의 발전에 동력을 이끌어 준 모델이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K-골프, K-팝, K-드라마, K-패션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뛴 근로자와 스포츠 선수들, 수많은 기능공과 아티스트들의 노력 뒤에는 피와 땀, 눈물이 범벅돼 흘렀음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울지 마, 쫄지 마, 져도 돼, 그러나 포기하진 마.” 김연경 선수의 승리욕에 찬 한마디가 뇌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홍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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