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인력양성의 대전환! 강원도가 시작합니다’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인력양성의 대전환! 강원도가 시작합니다’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동선언, 북한에 의해 휴지조각돼”
실제 파기 시 동북아 안보 환경 파장
북한은 2009년 이미 폐기 선언 상태
전술핵 재배치 논란 중 언급시점 주목

‘북한의 7차 핵실험 강행 시’ 전제로
文정부 ‘9·19군사합의’도 파기 거론




여당 대표인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7차 핵실험 징후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도 파기돼야 한다”고 12일 주장했다. 30년 이상 유지돼 온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 환경의 큰 틀이었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파기될 경우 북핵에 대처하는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등을 포함한 주변국의 안보 정책에 큰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에서 “(공동선언 발표 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플루토늄·우라늄 핵 폭탄을 핵 무기고에 쟁여 놓고, 대륙간 탄도미사일까지 보유했다. 전 세계에 핵 미사일을 판매하는 ‘핵무기 백화점’이 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또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에 ‘전술핵 운용부대’를 공개했다”며 “대한민국의 항구와 공항이 타격목표라고 밝혔다”고 언급했다. 이어 “언제든 우리 머리 위로 핵폭탄이 떨어질지 모른다”며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에 의해 휴지 조각이 됐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해당 공동선언이 북핵에 대응하는 우리 측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정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의 한쪽 당사자인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천명하고 대한민국을 겨냥한 전술핵 운용부대의 실전훈련까지 하고 있다”며 “우리만 30여 년 전의 남북 간 비핵화 공동선언에 스스로 손발을 묶어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이제 결단의 순간이 왔다”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자정 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여권을 향한 ‘친일 안보’ 지적을 이어간 페이스북 글을 겨냥하듯, 같은 격언을 되풀이 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 역시 이번 글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맞는 말이다”며 “역사의 진실을 모르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수백만 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6·25 남침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된다”며 “비핵화를 굳게 약속하고도 수백만 북한 주민을 굶겨 죽이면서까지 핵무장을 완성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폭정을 잊어서는,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 위원장이 파기를 거론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1991년 12월 31일 한반도 핵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세 차례의 남북대표 접촉 끝에 발표된 것이다. 당시 양측 대표들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해 핵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평화통일에 유리한 조건과 환경 조성 및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안전에 이바지하자는 취지에서 이 같은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이 공동선언은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配備)·사용의 금지를 비롯해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핵 재처리 시설 및 우라늄 농축시설 보유금지,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해 상대측이 선정하고 쌍방이 합의하는 대상에 대해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가 규정하는 절차와 방법으로 사찰 실시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2009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대한 폐기를 선언한 바 있다.

한편 정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시점도 주목된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기자회견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관해 ‘하지 않는다’는 원칙적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우리나라와 미국의 조야의 여러 의견을 잘 경청하고 또 따져보고 있다”고 언급해 향후 이에 관한 변수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게다가 같은 날 한 언론은 윤 대통령이 한 달여 전 여당에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핵무장 여건 조성을 제안했고, 우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왔다고 보도해 논란은 더 커졌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날 재차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여당과 어떤 논의도 진행한 바 없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현지시간) 화상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에 전술핵무기 배치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면서도 “동맹 사안과 관련한 한국의 입장과 바람은 한국 측이 밝히도록 두겠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박준희 기자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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