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가구 부채 69조 달해
한계기업 흑자도산 우려도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단이 7%대를 넘어서는 시점에 한국은행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가중하게 됐다. 빅스텝 단행으로 전체 가계대출 이자는 6조5000억 원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돼 당장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가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가계뿐 아니라 취약 기업도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을 받으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낼 수 없는 ‘좀비기업’(한계기업)이 늘어나 흑자도산을 맞을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를 시 가계대출 이자는 6조5000억 원 증가하며, 증가분 중 취약차주는 3000억 원, 비취약차주는 6조2000억 원을 감당하게 된다는 전망을 내놨다. 빅스텝 단행으로 이 시나리오는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다음 달에도 추가 빅스텝을 밟는다면 두 달 사이 이자는 13조 원 규모로 급증하게 된다. 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연 상환액이 50% 넘게 급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일례로 서울 소재 14억3000만 원 상당의 아파트를 2년 전 매입한 A 씨는 주택담보대출 4억6600만 원(30년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과 신용대출 1억 원으로 총 5억6600만 원을 은행에서 빌렸다. 초기 6개월간 월 원리금 상환액은 약 224만7000원이었지만, 2년 뒤인 현재 월 원리금 상환액은 304만8000원으로 36% 증가했다.

기업도 충격이 크다. 대외적 요인으로 경기 충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 금리까지 인상되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외부감사법을 적용받는 비금융기업 2만2388곳 중 좀비기업은 지난해 2823곳에 달한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2283곳)보다 23.7%가 더 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금리 0.5%포인트 인상 시 취약기업 수가 전체의 59%까지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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