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째 고쿠시칸大서 한국어 가르치는 신경호 교수

한국 연수프로그램 운영해와
고려대에만 2400명 넘어서
독립기념관·판문점 등 방문
韓문화 체험하는 기회 제공


“한·일 간 갈등이 미래 세대에까지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청소년과 청년 교류는 계속 진행돼야 합니다.”

104년 역사의 일본 고쿠시칸(國士館)대에 ‘한국어 강좌’를 개설해 20년째 일본 청년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신경호(59·사진) 교수. 그는 1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과거의 아픈 상처를 씻고, 장기적인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선 문화교류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교수는 지난 2002년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을 공동 개최한 해에 이 대학에 임용돼 한국어 강좌를 맡았다.

신 교수는 한국 연수프로그램도 운영해 지금까지 4000명이 넘는 학생들을 한국 대학에 보냈다. 고려대에만 2400명이 넘는다. “고려대뿐만 아니라 한양대, 전남대, 안동대, 동의대 등 지역 학생들과도 교류하고 있어요.” 일본 학생들이 한국을 제대로 알고, 배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신 교수가 대학생 교류를 추진하는 것은 미래를 준비하고, 양국의 우호 발전을 위해서다. 한국어 학습에 더해 독립기념관, 판문점, 민속촌 등을 돌아보며 한국의 문화를 자연스레 배운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20년 동안 고쿠시칸대 학생 1만여 명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웠다”며 “여전히 한국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 대학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유는 역시 한류 영향이 크다. 그는 “K-드라마와 K-팝에 열광하는 이들은 거부감없이 한국 문화를 수용할 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배워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특히, 일본에 있는 외국 기업 중 한국기업이 가장 많아 취업이 잘 된다는 것도 이유다.

신 교수는 지난 4월 사단법인 ‘2·8 한일미래회’ 제3대 회장에 취임해 1919년 3·1 운동의 도화선이 된 조선 유학생들의 2·8 독립선언을 기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와세다(早稻田)대에서 2·8 독립운동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내년 2월 8일에는 윤동주 시인의 조카인 가수 윤형주의 공연과 K-팝 댄스 공연, 심포지엄, 도자기 전시회 등 ‘2·8 한일문화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신 교수는 국가관도 남다르다. 군에 입대하지 않아도 되는 일본 영주권자인 아들 3형제를 모두 해병대에 자원해 군 복무를 마치게 했다. 그는 “자식들이 국가관이 뚜렷한 한국인으로 살기 바라는 마음에서 군대에 갈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원래 5명을 낳는 게 목표였는데 4명에 그쳐 아쉽다”고도 했다.

전남 고흥 출신인 신 교수는 1983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1988년 니혼(日本)대학 법학부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했고, 2004년 같은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학부 때 재일동포 김희수(2012년 작고) 수림외국어전문학교 설립자(이사장)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한국의 중앙대를 인수해 운영하기도 했던 김 이사장이 별세한 후 도쿄(東京)에 있는 이 학교 이사장 겸 학교장도 맡고 있다.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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