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등 악재 쌓였는데
“할인 혜택 축소 말라” 생떼
노조, 줄타기 협상 나섰지만
젊은 직원들 불만도 들끓어
전문가 “과도한 요구 계속땐
기아 경쟁력 약화 이어질 것”


이근홍 기자, 광명 = 박성훈 기자

기아 노동조합이 퇴직자에게 평생 신차 할인 혜택을 주는 ‘평생 사원증’ 제도를 유지하겠다며 파업을 전면에 내세운 줄타기 협상에 돌입했다. 한국산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신차 출고 대기 연장 등 대내외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산업과 국민을 볼모로 한 노조의 파업 으름장이 결국 기아와 자동차 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기아 노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차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퇴직 노동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비용이 차값에 반영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이날로 예고했던 2시간 부분 파업을 취소하고, 회사 측과 14차 본교섭에 나섰다. 애초 13일 2시간, 14일 4시간 부분 파업을 결의했던 노조는 ‘명분 없는 파업’이라는 부정적 여론이 비등해지자 협상을 재개하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다만 역대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받고도 25년 이상 근무한 퇴직자가 2년 주기로 신차를 30% 싸게 살 수 있는 혜택을 포기할 수 없다는 노조 입장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여전히 파업 불씨는 남아있다. 만약 노조가 2시간 부분 파업만 실행에 옮긴다고 해도 주간 2교대인 기아 근무 시스템상 하루 4시간 동안 광명·화성·광주 공장 가동이 모두 중단된다.

IRA 대응과 전기차 시장 선점 등을 위해 기아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발(發) 생산 차질 우려가 현실화하면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6월 말 기준 기아의 국내 백오더(밀린 주문량)는 약 51만 대를 기록했다. 이달 기준 쏘렌토, 스포티지(이상 18개월), 카니발(16개월), EV6(14개월), K5(12개월) 등 인기 차종의 출고 대기 기간은 1년을 넘어섰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평균 사용 기간이 10년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2년마다 혜택을 제공하는 것부터가 문제”라며 “과도한 주장을 요구하다간 저가 공세를 내세운 수입차에 기아의 입지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아에서는 젊은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며 조직 내 세대 갈등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평생 사원증 제도는 퇴직자가 내는 차량 구입비에서 할인되는 비용만큼 회사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기아의 경우 올해 예상되는 퇴직자가 2000명에 이르는 등 퇴직자가 계속 누적되는 상황이어서 혜택을 받는 이도 그만큼 증가하게 된다. 재직자들이 퇴직자들을 부양해야 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GM이나 포드 등도 장기근속하고 퇴직한 직원에 대한 복지 부담이 커지면서 경영난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기아의 한 직원은 “재직자들을 위한 근로조건이나 복지 향상 차원에서 평생 사원증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며 “회사에 실제 근무하는 사원에 대한 복리후생이 더욱 두터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홍
박성훈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