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공포체험 축제 ‘블러드시티6’에 등장하는 다양한 좀비들. 감쪽같이 분장한 좀비들이 관람객들 사이에서 불쑥불쑥 나타난다.
에버랜드 공포체험 축제 ‘블러드시티6’에 등장하는 다양한 좀비들. 감쪽같이 분장한 좀비들이 관람객들 사이에서 불쑥불쑥 나타난다.


■ 에버랜드 핼러윈 호러축제
‘블러드시티’ 여섯 번째 시즌

무궁화호 폐열차 두 량 설치해
‘좀비 공격에 파괴’ 스토리 입혀

‘오징어게임’ 미술감독과 협업
고립된 도시 설정 현실감 높여

손전등 의지해 좀비 미로 통과
‘호러메이즈’ 최강의 공포 선사


핼러윈데이를 전후해 해마다 에버랜드가 진행하는 호러 축제 ‘블러드시티’의 여섯 번째 시즌이 진행되고 있다. 블러드시티는 해마다 높아지는 공포의 강도로 화제를 불러 모으는데, 올 시즌은 특히 호러 축제 공간 곳곳의 실감 나는 공포 연출과 공포체험 공간 호러메이즈가 선사하는 극강의 공포로 ‘최고의 시즌’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채경선 미술감독이 합류해 영화적 재미가 더해진 것도 감상 포인트다. 올 시즌 블러드시티의 매력을 분석해봤다.

관람객들을 좀비로 분장해주는 체험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관람객들을 좀비로 분장해주는 체험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이번이야말로 ‘역대급’이다 =‘블러드시티’는 좀비를 앞세워 다양한 공포체험을 제공하는 에버랜드 호러 축제다. 2017년부터 해마다 버전을 바꿔가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 전년도 콘셉트를 거의 그대로 이어받아 진행하긴 했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에도 시즌을 쉬지 않았다. 올해는 여섯 번째 시즌이다. 해마다 새로운 시즌의 블러드시티가 선보일 때마다 관람객들이 느끼는 공포의 강도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는데, 올해야말로 ‘역대급’이라는 평가다. 지난 몇 년 동안 블러드시티가 보여준 공포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진다. 그동안에는 코로나19의 공포에 짓눌린 관람객들의 사정을 봐서 절제했다면, 올해 블러드시티 여섯 번째 시즌은,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블러드시티의 최강 공포시설은 단연 호러메이즈. 좀비들이 수시로 출몰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의 미로를, 대여섯 명의 관람객이 어두운 손전등 하나와 끈에 의지해 들어가는데 공포에 질린 비명이 끊이질 않는다. 호러메이즈는 자유이용권과 별도로 1만 원의 입장료를 내야 하는 시설. 그런데도 도저히 미로를 끝까지 가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비율이 4%쯤 된다.

‘오징어 게임’의 미술감독이 연출한 블러드시티6의 공간.
‘오징어 게임’의 미술감독이 연출한 블러드시티6의 공간.


◇열차를 가져오기까지 = 에버랜드 호러 축제의 주연은 피투성이 ‘좀비’다. 흉측하고 기괴한 좀비들은 에버랜드가 핼러윈 축제를 위해 연출한 가상의 도시 ‘블러드시티’에서 수시로 출몰한다. 블러드시티는 좀비에 장악당한 도시다. 공포로 가득한 도시를 실감 나게 연출하기 위해 해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짜낸다. 먼지투성이의 폐차 여러 대로 공간을 꾸민 적도 있고, 불시착한 비행기를 등장시킨 적도 있다.

올해는 열차다. 조치원역에 세워져 있던 무궁화호 폐열차 객차 두 량을 구입해 좀비의 공격으로 파괴됐다는 스토리를 입혀 블러드시티 앞에 부려 놓았다. 폐열차 가격도 가격이지만 그걸 가져오는데 구입 가격의 몇 배 돈이 들었다는 후문. 예산담당 부서에서 운영진 비용절감을 위해 ‘열차를 세트처럼 직접 만드는 게 어떠냐’는 제안이 나왔는데 디자인팀의 대답은 ‘노’였다. 열차의 덩치가 워낙 커서 운반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되자 이번에는 ‘잘라서 운반한 뒤 다시 붙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이번에도 디자인팀에서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유는 하나. 공포를 이끌어 내는 건 ‘진짜라는 현실감’이라는 것. 실감 나는 공포 분위기를 위해 적잖은 돈을 들인 이유다.

◇폐쇄된 도시 설정이 섬뜩한 이유 = 열차는 올해 에버랜드 호러 축제의 주요한 모티브다. 호러 축제가 제안하는 시간과 공간은 ‘좀비로 가득한 도시를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열차인 199호 급행열차’ 도착 앞뒤의 시간이다.

호러 축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크레이지 좀비헌트’ 공연은 이런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정부는 블러드시티가 좀비들에게 완전히 점령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도시를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블러드시티와 외부로 연결하는 모든 도로는 봉쇄되었으며 열차 운행 역시 내일부로 중단됩니다.”

이런 내레이션이 유난히 섬뜩한 건 코로나19 감염 공포의 경험 때문이다. 감염병이 창궐한 도시와 전염의 확산을 막기 위한 도시의 폐쇄라는 가상의 상황을 보는 느낌이 예전 같지 않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건너오면서 다들 ‘고립된 도시의 공포’가 영화적 상상이 아니라 눈앞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지 않았는가. 올해의 핼러윈이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리고 사족 한마디. 좀비가 점령한 도시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급행열차 번호 199는 에버랜드 주소에서 따왔다. 에버랜드 주소는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로 199’다.

좀비 도시를 벗어나는 마지막 열차가 도착하는 플랫폼을 형상화한 공간.
좀비 도시를 벗어나는 마지막 열차가 도착하는 플랫폼을 형상화한 공간.


◇드라마 공간을 테마파크에 구현하다 = 올해 호러 축제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공포영화 세트를 방불케 하는 블러드시티 메인무대인 알파인 지역.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미술감독조합상과 에미상 프로덕션 디자인상을 수상한 채경선 미술감독과의 협업으로 꾸민 공간이다. 에미상 수상 이후 다양한 협업 제안이 쇄도했으나 채 감독이 받아들인 건 에버랜드가 유일하다.

채 감독은 에버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블러드시티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음산한 분위기의 디스토피아적인 기차역 풍경으로 연출해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영상을 통해 메시지를 담아 드러냈던 공간을, 테마파크 관람객 앞에서 실제로 구현해낸 것이다. 채 감독은 영화적 세트와 영상 미디어를 결합한 구조물을 통해 새로운 감각의 비주얼을 구현하는 것에 집중했다. 채 감독은 이번 작업을 하면서 영화 ‘블레이드 러너’나 ‘공각기동대’의 색감과 오브제를 참고하고 사이버펑크적 요소와 그라피티 등을 십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채 감독이 지향하는 바는 공포가 아니라 ‘추억’이다. 채 감독은 “코로나로 축제를 즐기지 못했던 이들이 다양한 시각적 즐거움을 즐기며 재미있는 추억을 많이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박경일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