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 부산교대 교수·교육학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지난 정부가 폐지한 초중고 학생들 대상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에 실시하고 이에 따른 밀착형·맞춤형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고 시행해 기초학력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강원과 부산 교육감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확대하는 조치를 밝힌 바 있다. 강원은 ‘학생성장 진단평가’를 해서 하위권 학생의 학력을 신장하고, 부산은 ‘전수학력평가’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전교조와 야당을 비롯한 인사들은 이를 반대하고 평가 자체를 부정하려는 기류다.

이들의 반대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국 단위의 학력평가는 아이들 줄세우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교육평가와 경쟁의 의미를 왜곡한다. 평가는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토대로 피드백도 하고 다음 단계 교육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이들은 경쟁의 반대가 협동이라면서 경쟁을 악덕으로 호도하며 학력평가를 반대한다. 그러나 경쟁의 반대는 협동이 아니라 독점임을 알아야 한다. 경쟁이 없는 사회는 각종 독점으로 결국 쇠퇴하고 만다는 자명한 사실조차 감춘다. 하이에크의 말대로 경쟁은 ‘자기 발견의 절차’다.

둘째, 학력평가를 하게 되면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을 가리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는 내로라하는 교육평가 전문가가 많은 사회에서 가당찮은 반론이다. 평가의 본질적 기능은 앞서가는 학생과 뒤처지는 학생을 가려내는 변별력에 있다. 미달 학생이나 우수 학생 양쪽 모두에 변별력 있는 평가가 더욱 요구된다.

셋째, 전국 단위 학력평가가 미달 학생에게 맞춤형 지원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학력평가를 구습에서 나온 ‘일제고사’라고 폄훼하지만, 전국 단위의 학력평가가 전제돼야 그 자료를 토대로 ‘맞춤형’에 해당하는 차별화된 수업전략 등을 세울 수 있다. 객관적인 평가 기초 자료가 있어야 모든 학생에게 유리한 수업을 설계할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를 교사에게 부여할 수 있다.

이러한 반대론의 부당함 외에도 더 원론적인 사유가 있다. 먼저,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다. 평가를 받는 사람은 평가에 대비해야 하는 노고와 함께 늘 심적 부담을 갖게 마련이다. 그러나 학력평가는 정기 건강검진에 해당한다. 일반인들에게도 건강검진에 대한 심적 부담이 있으며 여러 가지 노고가 따른다. 그러나 검진을 거부하면 질병의 발견과 예방의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듯이, 건강검진 때 주사를 안 맞겠다고 징징대는 어린아이처럼 학력평가를 거부하면 다음 세대의 자질을 객관적으로 잴 수 없어 나라의 미래가 위험할 수도 있다.

또, 학력평가가 주로 지식에 편중돼 창의교육, 인성교육에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식과 기능을 외면한 창의성이나 인성 개발은 상상할 수 없다. 지식과 인성 그리고 지식과 창의성이 상호 배타적인 것처럼 여기는 그릇된 인성교육은 오리 사육에 비유된다. 오리는 걷고 헤엄치고 날 수 있는 동물이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인성교육을 핑계로 학력평가를 거부하면 결국 무엇 하나 변변하게 잘하는 게 없는 ‘오리’를 양산할 뿐이다. 21세기 창의적 경쟁시대에 맞는 개별화한 인재를 기르려면 오히려 다양한 형태의 학력평가를 도입해 적극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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