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진 - 래틀의 런던심포니, LG아트센터서울 개관 공연
조성진 ‘파가니니 랩소디’ 협연
강·약·단호·서정 치밀한 표현
스트라빈스키 ‘불새’ 로 피날레
런던심포니 앙코르에 기립박수
다목적 표방 LG아트센터 서울
잔향 짧아 건조한 음색 숙제로
13일 LG아트센터 서울 개관 공연.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명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빚어낸 음색의 파도가 출렁거렸다. 조성진은 세심한 터치와 과감한 루바토(연주자가 임의로 템포를 조정하는 일)로 다이내믹한 연주를 선보였고, 런던심포니는 엄청난 합을 보여주며 ‘불새’처럼 날아올랐다. 다만 강남구 역삼동 시대를 마감하고 강서구 마곡에 새롭게 둥지를 튼 LG아트센터 서울은 음향에 아쉬움을 남기며 클래식 공연장으로 연착륙 가능성에 물음표를 남겼다.
◇팔색조 음색 조성진…‘불새’ 로 날아오른 런던심포니
이날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조성진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협연했다. 조성진은 타건의 조절로 다양한 음색을 내며 팔색조 매력을 펼쳤다. 강렬한 조성진과 서정적인 조성진, 여리고 앓는 듯한 조성진과 엄정하고 단호한 조성진 등으로 시시각각 변하며 24곡의 변주곡으로 구성된 작품을 치밀하게 표현했다. 조성진은 피아노 건반을 현악기를 뚱기듯이 치거나 온몸을 떨며 격정적인 연주를 들려주다가도 서정적인 대목에선 왼손을 가슴에 얹으며 몰입했다. 특히 과감한 루바토로 라흐마니노프의 ‘비르투오소(예술적으로 뛰어난 연주자) 피아니즘’을 적극적으로 구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성진의 변화무쌍한 템포에도 런던심포니는 노련하게 합을 맞췄다. 조성진과 세계적 지휘자 래틀은 서로를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다.
다만 공연장 잔향이 부족한 듯 피아노에선 ‘또랑또랑’ 울리는 소리가 아닌 ‘또각또각’ 건조한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렸고, 오케스트라의 화음에 피아노가 묻히는 경우도 이따금 있었다. 전반적으로 조성진의 화려한 음색을 공연장의 음향이 받쳐주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런던심포니는 일체감과 균형감 측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연주를 들려줬다. 이날 첫 곡이었던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은 바그너 음악 특유의 서늘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보단 단정하고 정제된 느낌의 연주로 온화한 시작을 알렸다. 2부 첫 곡 시벨리우스 교향곡 7번은 교향곡으론 특이하게 한 악장으로만 구성된 작품으로 현악기와 관악기, 타악기가 거대한 흐름에 따라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파도’와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런던심포니는 물방울들이 모여 바다로 합쳐지는 것 같은 단단하고 일관성 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트롬본의 숭고하고 중후한 선율은 북유럽의 대자연으로 관객을 인도했다. 다채로운 음색의 향연이 돋보이는 라벨의 ‘라 발스’에선 오케스트라가 너무나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곡이 지닌 의외성과 변칙성이 덜 느껴지기도 했다.
런던심포니의 진가는 앙코르에서 나왔다. 래틀은 관객석으로 뒤돌아 “스트라빈스키, 파이어버드(불새) 피날레”라며 직접 앙코르곡을 소개했다. 런던심포니는 ‘불새’를 통해 변화무쌍한 음색과 화려한 색채감, 그리고 압도적인 마무리를 선사했다. 이전 곡들을 통해 조금씩 보여줬던 런던심포니의 장점을 온전히 합친 종합선물세트 같은 연주였다. 특히 각 현악기가 극도로 작은 소리(피아니시시모 : ppp)를 내는 대목에서 래틀은 미세하게 강약을 조절해나갔고, 1335석에 꽉 들어찼던 관객들 모두 숨죽여 지켜봤다. 이윽고 바순이 현악기들의 극도로 여린 음을 뚫고 나가며 장쾌하게 마무리하자 관중들은 대거 기립하며 런던심포니의 혼신의 연주에 경의를 표했다.
◇아쉬움 남긴 LG아트센터 서울의 첫 걸음
오케스트라부터 오페라, 뮤지컬, 연극, 발레, 콘서트까지 다목적 공연장을 표방한 LG아트센터 서울은 클래식 공연장으로선 음향이 미진하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가 설계한 공연장은 유려한 곡선과 나무 벽체로 자연 속에 있는 듯한 편안한 느낌을 줬지만, 잔향이 짧아 음색이 다소 밋밋하고 건조하게 들렸다.
강남 한복판에서 강서구로 옮긴 공연장의 접근성도 관심사다. 필자의 경우 오후 5시 10분 서대문역에서 출발해 공덕역을 지나 마곡나루역까지 34분, 이후 공연장까지 40분가량 걸렸다. 다만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엔 변수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날 공연을 관람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