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정광모(41)·정수미(여·31) 부부

2008년,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저는 한 교회 캠프 스태프로 잠시 일했어요. 예배드리고 중고등부끼리 점심을 먹은 뒤 가위바위보로 설거지 당번을 정하려던 찰나였습니다. “넌 오늘 처음 왔으니까 당번 빼줄게!”라고 말한 그 남자에게 전 제대로 꽂혔어요. 교회 청년부 선생님이었습니다.

남편은 목사님이었던 어머님을 따라 중고등부 선생님으로 캠프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호감 차원이 아니라 정말로 처음 온 학생이라 설거지를 빼준 거였대요. 전 그날부터 오랜 짝사랑을 시작했어요. 교회 모임이 있는 날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모임에 선생님이 오나 안 오나 고민하는 날의 연속이었죠.

남편에게 접근하려고 좋아하지도 않는 수학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어요. 남편이 흔쾌히 알았다고 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근데 구실이 수학이었을 뿐이라 전 ‘영화를 보면’ ‘파스타를 먹으면’ 수학 공부가 더 잘될 것 같다는 핑계를 자주 댔어요. 스터디카페에서 수학을 알려주는 남편 목소리는 한 귀로 들어와 한 귀로 빠져나갔습니다만 제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그렇게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2년 뒤 드디어 대학생이 된 전 남편에게 돌직구를 날렸어요. “쌤, 저희 이제 교제해도 될 것 같아요!” 남편 역시 그동안 제가 마음에 들었대요. “그럼 오늘부터 1일인가?”라며 고백을 받아주더라고요. 그렇게 연애가 시작되었습니다.

중간에 한 번 이별을 맞기도 했어요. 이별 후 보란 듯이 잘나가는 여성이 되고 싶어 취업 준비를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 입사했죠. 입사 후 몇 달 뒤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남편은 술을 홀짝였고 저 역시 홧김에 취해버렸네요. 그리고 회식 뒤 같이 탄 택시에서 서로에게 미련이 남았음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재결합한 저희는 2016년 10월 결혼했습니다. 결혼 6년 차인데 전 아직도 남편을 볼 때마다 좋아요.
“현생도, 다음 생에도 난 오빠 너야! 사랑해, 아주 많이.”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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