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권 숭실대 겸임교수, 前 국가위기관리학회장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양태와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비상식적 핵 선제공격 법제화에 이어 중·단거리 미사일 혼합 발사와 상공 폭발 및 직접·산포탄 타격배합 그리고 150대의 전폭기 동원 등 이례적 무력시위로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7차 핵실험이 예견되는 상황이어서 더욱 불길한 조짐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현실화한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위협 수준과 강도는 현재와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 이번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의 장소·시간·타격방식·섞어쏘기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한 것은 핵무력의 다종화·경량화·정밀화 달성을 공지한 것과 다름없다. 결국, 전술핵으로 한국을 강압 통제하고 전략핵으로 미국을 봉쇄해 핵 보복과 거부 억지를 동시에 달성해 전쟁 승리와 유리한 국면 조성을 위한 삼각 억지(Triangular Deterrence) 전략 완성을 눈앞에 둔 것으로 판단된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우리는 국가 안위와 존망이 달린 절체절명의 위기다. 그간 한·미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북 감시·정찰 강화, 미 전략자산 전개, 한·미 연합훈련 등 최소 억지 대책으로 대응해 왔고,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확장억제력 강화와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도 북 도발 억지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이 뉴욕을 희생하면서 서울을 지켜 줄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있고,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우리의 3축 체계는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다.

이처럼 엄중한 안보위기에도 여야 정치권은 위기 대응책 마련은커녕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한·미·일 연합훈련에 친일 프레임을 씌우고, 훈련의 본질을 왜곡·호도하는 시대착오적인 야당의 행태는 목불인견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국이었던 미국과 일본이 동맹을 맺고, 수백 년 전쟁을 벌인 독일과 프랑스가 협력하는 현실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국가 간 복합적 상호 의존 속에 국익을 위해 어제의 적과도 손을 잡는 게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이다. 역사적으로 정치지도자의 국제 정세 오판은 930여 차례 외침을 불렀다. 북한의 가짜 비핵화와 위장평화에 동조하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이적행위와 다름없다. 야당은 친일 선동을 멈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북한 핵·미사일 공격의 인질이 된 지 오래다. 주술화(呪術化)한 북한 비핵화 전략의 자기기만과 허구를 인정하고 폐기할 때가 됐다.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인 북한의 핵·재래식무기 공격 양상은 동북아 지역의 새로운 군비경쟁 시작을 의미한다. 재래전쟁 기반의 국가안보·군사전략, 작전계획, 전쟁·전투 수행 방식, 전력 증강 등 위기관리 패러다임도 한계에 처한 형국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선, 정치권부터 핵 보유 공론화가 필요하다.

당연히 핵확산금지조약(NPT) 유지와 동북아지역 핵 도미노를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반발과 제재가 수반될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의 안전과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단호한 의지로 돌파해야 한다. 첫째,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 독자 핵 개발 등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사회 전체가 대안을 모색할 때다. 둘째, 유사시 핵 방호, 생존성 보장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군 기지는 물론, 국가 핵심기반 체계의 핵 방호 태세 보강, 국민 보호를 위한 민방위 대피시설 재지정·대체 등으로 유사시 제 기능이 발휘되도록 대비해야 한다. 셋째, 국가 총력전을 뒷받침하는 정부조직 기능 강화다. 유사시 동원을 통한 전쟁 지원, 정부 기능 유지, 국민 생활 안정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핵심 가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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