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만에 대북 독자제재
‘北미사일 개발 주도 성지’겨냥
제2과학원·로케트공업부 제재
‘도발 두고보지 않겠다’는 의지
이미 유엔 안보리·美의 제재 속
상징적 조치지만 강력한 메시지
윤석열 정부가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개인 15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를 받는 제2자연과학원과 연봉무역총회사 소속이다.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메카’와 북한 무기 구매 및 수출 담당 기관의 관계자들이 대거 제재 대상에 오른 것이다. 정부는 선박·광물·원유 등 밀수에 관여한 기관 16곳에 대해서도 제재를 단행해 기존에 대북 독자제재를 계속해 온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망을 촘촘히 했다.
14일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 대상에 오른 개인 15명은 구체적으로 제2자연과학원 선양(瀋陽)대표 강철학과 부대표 김성훈, 제2자연과학원 다롄(大連) 부대표 변광철, 제2자연과학원 산하기관 구성원 정영남, 연봉무역총회사 단둥(丹東)대표부 정만복 및 연봉무역총회사 소속 인사 등이다. 강철학 대표는 대량파괴무기(WMD)를 비롯한 미사일 기술과 부품의 대북반입을 총지휘하고 있으며 변 부대표는 중국을 통해 물품을 확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 정부의 마지막 대북 독자제재가 2017년 12월 11일이었던 만큼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중단된 대북 독자제재 카드를 다시 꺼내 들어 북한의 도발을 가만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도발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윤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제2자연과학원은 북한 미사일 개발을 주도하는 성지로 통한다. 연봉무역총회사는 북한 방위산업의 구매 및 수출을 맡고 있으며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 회사가 화학무기 프로그램도 지원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로케트공업부, 합장강무역회사, 조선승리산무역회사, 운천무역회사, 로은산무역회사는 WMD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 부품 대북 반입 등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로케트공업부는 북한의 군수산업을 총괄하는 군수공업부 산하기관으로 북한 근로자 해외 파견 등을 통해 외화를 벌어 북한에 WMD 및 미사일 개발을 위한 재원과 물품을 조달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고려항공무역회사는 로케트공업부에 대한 재정 및 물질적 지원을 제공했다. 북한 노동자를 송출한 젠코(GENCO·대외건설지도국 산하 건설회사) 등이 제재 대상에 지정됐다. 이 밖에 선박·광물·원유 등 밀수에 관여한 국가해사감독국, 육해운성, 원유공업국과 제재 선박을 운영한 화성선박회사, 구룡선박회사, 금은산선박회사, 해양산업무역 등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정부의 이번 대북 독자제재는 이미 유엔 안보리와 미국 등의 대북 제재, 2010년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 등으로 남북 교역이 중단된 상태에서 북한의 도발 행위에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정부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에 더욱 방점이 찍힌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만 미국이 7차례, 호주가 2차례, 일본이 1차례 등 대북 독자제재를 발표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망을 더욱 견고히 하는 데 한국이 힘을 보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통한 경량소형화 핵탄두 시험 또는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할 경우 대남 핵 위협이 ‘레드라인’을 넘는 것으로 간주돼 한반도 정세가 전례를 찾기 힘든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게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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