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력 과시해 미국과 군축협상 노려
북한이 전례 없는 도발을 감행한 배경에는 핵 강국 입지를 과시하고 미국과 직접 군축협상을 벌이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노림수가 깔렸다. 북한이 핵과 핵무기를 완성한 만큼 미국과 그 동맹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 비핵화 대신 군축협상으로 대북제재의 해제를 이끌어 내겠다는 대담한 도박이다.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이틀에 한 번꼴로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다. 북은 이와 함께 함경북도 풍계리의 핵실험장에서 7차 핵실험을 위한 준비도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7차 핵실험 시기를 중국 제20차 당대회가 열리는 오는 16일과 미국 중간선거일인 11월 8일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2012년 김정은 집권 이래 3차 핵실험(2013년 2월)부터 6차 핵실험(2017년 9월)까지 김 위원장의 발언은 맥락적으로 변화한다. 처음엔 “정정당당한 자위적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조선 인민의 위대한 승리” “수소탄 시험의 완전 성공” 등 성과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날로 대담성을 더해 간다. 지난 10일 공개된 전술핵훈련에 대해 그는 “(북한의) 핵 대응 태세, 핵 공격 능력을 알리는 분명한 경고, 명백한 과시”라며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일축하는 한편, 남한은 물론 미국과의 대화에도 당분간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를 두고 “미국과의 군축협상을 최종 목표로 삼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핵탄두 기술을 보유하고 미국과 남한의 미사일방어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도 이러한 의도로 읽힌다.
국제사회 제재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그 동맹에 대한 핵 타격 능력을 갖추는 것이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는 최선책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사회 일각에서 “한반도 비핵화 구상이 실패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북한의 의중과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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