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대체 연예인들은 왜 음주운전을 하는 건가요?”
요즘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국내 최장수 아이돌 그룹 신화의 멤버 신혜성 외에도 최근 배우 곽도원과 김새론 등 유명 연예인들의 음주운전 적발 소식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이 질문에는 여러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연예인은 통상 동행하는 매니저들이 모는 차를 타는 데 술을 마신 후 직접 운전대를 잡는 것이 이해되는 않는다는 것이고, 얼굴을 알아보는 이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음주 운전을 시도하는 그 무모함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죠. 또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되면 연예인들은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른 면허 정지나 취소, 벌금 등의 처벌을 넘어 ‘국민정서법’에 따라 최소 몇 년 간 경제활동이 불가능해집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굳이 음주운전을 시도하는 그 속내를 모르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죠.
음주운전을 한 연예인의 소속사 관계자, 그리고 음주운전 적발 후 공백기를 갖다가 복귀한 몇몇 연예인들에게 “왜 음주운전을 한 것이냐?”고 직접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얼마 안 마셔서” “집이 가까워서” 등등 일반적인 변명 외에 “사생활이 노출되는 게 싫어서”라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술자리에 매니저와 함께 다니며 귀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갑질이 될 수 있고, 술자리가 끝난 후 대리운전을 부르려면 개인 전화번호나 집의 위치 등이 노출되는 것이 꺼려진다는 것이죠.
“이성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라는 비교적 솔직한 답변도 있었는데요. 늦은 밤 술을 마신 채 이성과 함께 있는 모습이 대중에게 포착되면 스캔들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가까이 거리를 이동할 때 음주운전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영화 ‘실미도’ 속 대사를 빌리자면 물론 이 모든 것은 그저 “비겁한 변명”입니다.
연예인 음주운전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또 하나 나오는 질문은 “동행한 사람들은 안 말리고 뭐했나?”인데요. 하지만 술자리를 경험해온 이들이라면, 음주운전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을 말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 겁니다. “대리운전을 불렀다”고 말하고 일행들이 떠난 후 운전석에 앉기도 하고, 아예 술자리가 파할 무렵 먼저 슬쩍 일어나 차를 몰고 사라지기도 하죠. 대리운전을 불렀으나, 굳이 중간에 기사를 보내고 운전대를 잡은 사례도 있습니다.
“술기운에 나도 모르게 운전을 하게 됐다”는 변명은 더 치졸합니다. 음주로 인한 심신 미약을 주장하려는 심산일 수 있으나, ‘술을 마시면 스스로 통제 안 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이들은 일단 취기가 오르면 이성적 판단이 마비되고 습관적으로 운전대를 잡는 경우도 많죠. 이런 경우는 음주운전을 삼가는 것이 아니라 술 자체를 끊어야 합니다. 일단 알코올이 몸 속으로 들어가면 통제 불가 상태에 놓이니까요.
이는 통계로도 확인되는데요. 지난 6월 경찰청이 ‘연도별 음주운전 재범자 단속 실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음주운전 단속에 1회 이상 적발된 사람은 11만5882명으로 전년(11만7549명) 대비 1.4% 줄었습니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결과라 할 수 있죠.
반면 음주운전 상습범의 비중은 늘었습니다. 지난해 2회 이상 음주운전한 사람은 5만1582명으로 전체 음주운전 적발자 가운데 44.5%를 차지했는데요. 음주운전으로 적발 된 100명 중 45명이 상습적으로 술을 마신 채 운전을 시도한다는 것이죠.
신혜성 역시 지난 2007년 이미 음주운전을 했던 이력이 있고, 배우 윤제문·김지수·채민서, 가수 길 등은 음주운전 적발 사례가 2∼4차례에 이르는데요. 솜방망이 처벌은 음주운전 재범률을 높이는 이유로 손꼽히기도 하죠.
대중에게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들에게 음주운전을 삼가라는 것은, 유명인으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마땅히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금하라는 것이죠. 게다가 그들의 음주운전은 비(非) 연예인들과 달리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대중적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고려할 때, 더욱 엄격히 벌하고 향후 연예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요소로 다루는 것이 마땅해 보입니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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