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의 1971년작 전면 점화‘우주’.  S2A갤러리 제공
김환기의 1971년작 전면 점화‘우주’. S2A갤러리 제공


수화와 우성, 70년만의 재회
유화·드로잉·콜라주 등 21점
옛 벗 김종영 조각과 함께 전시

뮤지엄 30년, 포럼의 공간으로
환기미술관의 건축 이야기 테마
우규승 건축가 설계도면도 선봬

환기의 노래, 그림이 되다
달항아리·전면점화 등 한자리에
132억에 낙찰됐던 ‘우주’ 공개


추상미술 거장인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는 사후 반세기가 지난 근년에 그 주가가 더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아트페어에서 한국대표 작가로 빠짐없이 소개되고, 각종 경매에서도 작품 인기가 뜨겁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미술 전문가마다 그 답이 다르지만, 서구 모더니즘에 한국적 서정을 접목한 작품 세계가 융합 시대에 통한다는 것은 공통적이다. 이번 가을에 열리는 세 개의 전시는 김환기가 왜 21세기에 더 주목받는지를 헤아릴 수 있게 해 준다.

‘수화와 우향, 70년만의 재회’ 전에 전시된 김환기와 김종영의 작품을 한 관람객이 살펴보고 있다.  장재선 선임기자
‘수화와 우향, 70년만의 재회’ 전에 전시된 김환기와 김종영의 작품을 한 관람객이 살펴보고 있다. 장재선 선임기자


우선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의 전시 ‘수화와 우성, 70년 만의 재회’(10월 7일∼11월 13일)는 비교를 통해 작가와 작품을 깊게 들여다보게 한다. 우성(又誠)은 추상 조각의 거장인 김종영(1915∼1982)의 호이다. 두 사람은 대학교수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김환기는 1946년부터 1950년까지 서울대 서양화과에 재직했는데, 1948년 김종영이 같은 학교 조소과에 임용됐기 때문에 2년간 동료로 지냈다. 6·25전쟁 때인 1952년 고향인 창원으로 피난했던 김종영을 만나기 위해 당시 해군종군작가단으로 활동했던 김환기가 진해에서 창원까지 걸어왔다는 증언이 있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올해 두 사람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 것이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환기미술관이 전시를 공동 기획하고 소장 작품을 대여했다. 두 미술관은 “10여 년 전부터 공동 전시를 추진했는데, 여러 사정으로 이제 이뤄졌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환기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고 김종영미술관에서 작품을 빌려줄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 김환기 작품은 유화·구아슈·콜라주·드로잉 등 19점과 편지 2점을 선보인다. 김종영 작품은 조각 3점, 유화·드로잉·콜라주 16점 등 총 19점이다. 각기 회화와 조각에서 일가를 이룬 두 거장이 다양한 영역에서 창작 활동을 펼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전시실 ‘프롤로그’는 두 사람의 자화상으로부터 시작해 초기 작품들을 보여준다. 다음 전시실 ‘실험과 모색(소재, 형식)’은 세계 속에서 한국 미술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를 고민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김종영미술관의 박춘호 학예실장은 “두 사람의 지향점은 같지만,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고 했다. 김환기가 서정성을 강조하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면, 김종영은 ‘지역적 특수성에서 세계적 보편성을 도출해야 한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전시실 ‘종합(점화(點畵), 불각(不刻))’에선 두 작가의 50대 이후 작품을 볼 수 있다.

김환기가 1960년대에 그린 드로잉. 환기미술관의 달관 모델이 되었다.  환기미술관 제공
김환기가 1960년대에 그린 드로잉. 환기미술관의 달관 모델이 되었다. 환기미술관 제공


환기미술관이 오는 12월 31일까지 진행하는 전시 ‘뮤지엄 30년, 포럼의 공간으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전의 하나이다. 김환기 사후에 부인 김향안 여사가 우규승 건축가 등과 함께 예술을 매개로 소통과 교육, 사유의 장소를 만들기 위해 애썼던 과정을 되돌아본다. 현대적으로 세련미를 갖추면서도 한국 고유의 정취를 담으려 했던 건축 미학을 회화, 사진, 설치, 영상 등으로 전한다. 전시장 곳곳에서 대형 점화 등 김환기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수화가 생전에 미술관을 꿈꾸며 남긴 드로잉과 우규승 건축가의 설계 스케치, 도면 등도 볼 수 있다. 수화와 교우했던 근원(近園) 김용준(1904∼1967)이 1944년에 그린 ‘수향산방 전경’도 있다. 그림 속 집은 훗날 개조돼 환기미술관의 일부가 되는데, 마당의 키 큰 남자와 의자에 앉은 이는 김환기·김향안 부부라고 하니 흥미롭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갤러리 S2A가 열고 있는 전시 ‘화중서가(畵中抒歌):환기의 노래, 그림이 되다’(10월 14일∼12월 21일)는 수화의 작품 17점을 보여준다. 1950년대 달항아리부터 1970년대 전면 점화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번 전시엔 국내 수집가 12명이 소장품을 무상으로 대여했는데, 특히 S2A를 운영하는 글로벌세아그룹의 김웅기 회장이 소장한 ‘우주’(Universe 5-Ⅳ-71 #200)가 공개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주’는 2019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환율로 약 132억 원에 낙찰돼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낙찰 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그런 화제성과 더불어 세계 속에서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탐색한 김환기의 작품을 단계별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터파크에서 무료 티켓을 예매해 관람할 수 있다.

이처럼 김환기 작품이 점점 더 주목받고 있는 것과 관련, 박미정 환기미술관 관장은 “독창적 미술 세계를 가꾸면서도 쉬운 언어로 표현해 대중성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봤다. 박 관장은 “김환기 작가가 세계 미술사에 제대로 자리매김하려면 경매가 등의 숫자로 논하기보다는 작품 내면의 가치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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