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아 클리블랜드미술관 학예연구사
일제시대에 활동했던 금강산인(金剛山人)이라는 호를 가진 김진우(1883∼1950)는 대나무 그림 대가로 잘 알려진 서화가이다. 묵죽도(墨竹圖, 사진·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는 미국 오하이오(Ohio)주의 개인 소장가에게서 구입한 것으로, 이북이 고향인 소장가 부부는 조부가 소장했던 작품이라고 전했다. 병풍 맨 왼편 그림 한쪽에는 죽림당에서 1934년에 작품을 제작했다고 적혀 있어서, 작가가 여행을 다니면서도 전시를 열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한 시기의 작품이라 볼 수 있다.
김진우의 대나무는 짧고 속도감 있는 붓질을 통해 잎의 날카로움을 강렬하게 표현한다. 그의 대나무는 칼과 창에 종종 비유된다. 아마도 예술을 무기로 사용한 김진우의 치열한 일생과 교차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는 12세 어린 나이부터 위정척사파의 거목이자 의병장인 유인석(1842~1915)을 따라 항일 의병활동을 했고, 일제강점기에는 상하이(上海)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강원도 대표로 참여했던 항일운동가였다. 그는 항일운동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그의 작품을 팔았다고 전해지는데, 활발했던 작가로서의 행보는 당시 많은 신문에서 보도됐다. 이 작품은 2019년 클리블랜드미술관 한국실에서 열린 상설전 ‘한국 문인화의 다양성과 혁신’ 전시에 대여돼 오하이오의 관람객들을 만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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