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前 한국국제정치학회장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을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도를 넘고 있다. 제1 야당 대표는 특유의 친일 프레임으로 현 정부의 안보관에 맹공을 퍼붓고, 이에 여당은 종북 프레임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역사적 명분과 안보적 실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은 어떠해야 하는가.

한반도 주변은 군사 강국의 집결지다. 세계 군사력(핵무기 제외) 순위에서 1·2위 미국·러시아와 3위 중국 및 5·6위 일본과 한국이 있고, 이 중 미·러·중은 핵보유국이며 북한의 핵무기 완성은 현실이 되고 있다. 더욱이 올해 세계정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대(對)대만 군사 위협,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로 불안정한 상황이다.

국가 간 역사적 적대 감정을 말하자면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일본이 미국의 원폭 투하로 인해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본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사실상 원수지간이어야 할 양국이 전후부터 오늘날까지 동맹을 굳건히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면 국제사회의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또한, 9·11 테러 이후 안보 환경 변화에 따른 미국의 군사전략이 바뀌었지만 미·일 동맹은 유사한 중국 및 북한의 위협 인식에 기초해 양국이 적극적인 전략 공조를 해 왔다. 그 반면, 문재인 정부 때의 한미동맹은 이러한 위협 인식에 이견을 보이며 양국은 갈등과 협력을 반복해 왔다.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을 친일 행위로 규정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의도는 이해하지만, 국가안보를 위한 훈련을 역사적 감정의 잣대로 재단하는 사고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특히, 반일을 자주로 둔갑시키는 언어 유희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북한의 핵무기 완성이 임박한 시점에 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를 훼손하는 발언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급속히 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은 필수다. 이는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인정하는 것과 별개다. 한·미·일 훈련은 북한의 군사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훈련이고, 문 정부 시절 3국 국방장관의 합의 사항으로 유사시 일본의 우수한 대잠수함작전 능력 등 유기적 협력을 구하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제적 연합훈련 횟수가 늘고 있다. 아울러 문 정부 당시 축소·중단된 ‘키리졸브(KR)’ 등 한·미 연합훈련이 부활하고 있다. 아·태 지역에서 한국을 비롯한 일본·호주·인도 등 다국적 연합훈련이 급증하면서 미국의 중국 봉쇄작전이 표면화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핵 있는’ 평화를 준비해야 한다.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군축’ 협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복잡한 안보 퍼즐을 풀기 위해 국민적 합의를 이뤄 나가야 할 시기에 뜬금없는 친일 몰이로 국민을 갈라치는 이 대표의 언행은 실망스럽다. 다행히 윤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한 대응 체제를 강조하고 있다.

현재 한반도 주변 정세는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와 북·중·러 군사협력 체제 간 신(新)냉전기적 대결 구도다. 북한의 핵 위협과 중·러 등 전체주의 강대국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역사문제 해결과 별개로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은 불가피하다. 한·미·일 군사 협력 없이 대한민국의 안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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