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 용어 중에 ‘쇼트케이크(Shortcake)’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동서양에서 통칭되는 의미가 약간 다른 점이 있는데, 서양에서는 비스킷이나 쿠키와 같이 바삭하게 구워진 경도가 있는 과자를 의미하고 동양, 특히 일본에서는 폭신한 시트를 구워 시럽을 촉촉이 바르고 딸기나 계절 과일을 넣고 생크림을 거품기로 한껏 크림화시킨 후 샌드로 완성하는 소위, 생크림 케이크를 이야기합니다. 일본에서는 드라마나 방송을 통해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에 대한 이미지나 애정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비해 유지방 함량이 높은 고소한 생크림을 사용하는 곳이 많은 일본의 경우는, 쇼트케이크 데이까지 챙기는 트렌드가 있을 정도로 사랑받는 메뉴이기도 합니다.
처음 프랑스 제과를 배우던 시절, 주변 친구나 지인들이 매번 요청하던 생일 케이크 대부분은 이런 생크림 케이크였습니다. 프랑스 제과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기법인 데다 주로 무스 케이크나 타르트류를 배우던 학교의 커리큘럼에서는 만들어 볼 수 없는 케이크였지요. 그래서 집에서 혼자 돌림판을 사다가 생크림을 시트에 붙여가며 매끄럽게 마감이 될 때까지 연습했던 시절이 기억납니다. 충분한 시럽이 있어야 하고, 가능하면 자주 매만지지 않고 몇 번의 손길로 생크림을 마감해야만 겉면이 매끄럽게 마무리가 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맛있는 쇼트케이크를 먹기 위해서 자주 방문하는 곳이 몇 곳 있습니다. 생크림의 블렌딩이나 질감에 대해 많은 연구와 도전을 해 특유의 고소함과 질감을 표현하는 곳들이지요. 누군가의 추천으로 처음 맛보았던 초콜릿 바나나 케이크가 인상적이어서 방문한 가로수길 ‘쇼토’. 도쿄제과학교 출신으로 신라호텔에서 13년간 근무한 경력의 파티셰가 있는 곳입니다. 2019년 8월에 가로수길에 매장을 연 이후 쇼트케이크의 정석을 보여주는 곳으로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입니다.
작은 골목 안 매장에 들어서면 쇼케이스 안에 정사각, 직사각의 단정한 모양새의 쇼트케이크들이 진열돼 있습니다. 제주 그린망고, 무화과, 멜론, 초코 바나나, 복숭아 얼그레이, 샤인머스켓, 녹차 화이트 초코 등의 맛이 이 가을을 채워주는 대표주자로 선보이고 있는 듯합니다. 조각으로 잘 재단된 쇼트케이크로도 맛볼 수 있지만 선물이나 함께 먹기 좋은 하프와 홀 사이즈로도 구매 가능합니다.
구움과자도 만듭니다. 카늘레, 브라우니, 피칸 정과, 레몬과 카카오 로브 등 간단하지만 맛이 명확한 구움과자들도 꽤 사랑받고 있는 품목입니다. 오랜만에 홀로 매장에 들러 산미가 좋은 원두로 선택해 내린 아메리카노와 무화과 흑당 쇼트케이크를 먹는 시간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일상의 작은 행복을 깨닫게 해주는 한 조각의 쇼트케이크.
홀케이크는 최소 2~3일 전 예약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최근에는 금 토 일 예약 한정으로 시즌 케이크에 꽃장식을 올려 예약할 수 있으니 특별한 날에 포근한 쇼트케이크를 선사하고 싶은 분들은 꼭 기억해 두시길 바랍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18길 14-6 / 02-515-3625. 월요일 휴무, 12:00∼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