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감세’ 논란으로 공식 취임 한 달 반 만에 실각 위기에 처한 리즈 트러스(가운데) 영국 총리가 17일 런던 의회의사당에서 나온 뒤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부자 감세’ 논란으로 공식 취임 한 달 반 만에 실각 위기에 처한 리즈 트러스(가운데) 영국 총리가 17일 런던 의회의사당에서 나온 뒤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러스 총리 “책임 사과” 불구
‘재무장관이 사실상 총리’평가


전 세계로 퍼져나갈 조짐을 보이던 영국발 금융불안이 잦아드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방수’로 투입된 영국의 신임 재무장관이 논란의 감세안을 철회하기로 쐐기를 박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0%에 육박하는 물가를 잡기 위한 영국 중앙은행의 초강경 긴축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전 세계 금융시장은 영국에 대한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감세안을 주창했던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특히 불은 본인이 지르고 수습은 재무장관이 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재무장관이 사실상 총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86% 상승하며 다시 3만 선을 회복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65%, 나스닥 지수는 3.43% 폭등했다. 특히 이날 증시 상승은 감세안을 철회하겠다는 영국 신임 재무장관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 제러미 헌트 신임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감세안을 대부분 되돌릴 것”이라며 “소득세율 인하를 취소하고 에너지 요금 지원은 축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단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영국발 금융불안은 다소 해소된 모습이지만 아직까지 불안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8월 9.9%에 달했던 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해 영국 중앙은행이 초강경 긴축에 나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 중앙은행은 이달 말부터 시장에 국채 등을 내다 팔며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 긴축을 시작할 예정으로, 이 경우 영국발 금융불안을 심화시켰던 영국 국채 금리 상승이 재연될 가능성도 크다. 긴축이 초래할 경기침체도 불안 요인이다.

불안해진 트러스 총리의 정치적 입지도 문제다. 리더십 공백이 생길 경우 영국의 경제정책이 방향성을 다시 잃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다만 이날 트러스 총리는 BBC 인터뷰에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싶다”면서도 사퇴는 거부했다. 그러나 이날 블룸버그가 “재무장관이 사실상 총리인가”라고 보도하는 등 트러스 내각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한 영국 매체는 ‘트러스와 유통기한 10일의 양상추 중 어느 쪽이 오래갈 것으로 보는가’라는 여론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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