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금리·물가 등 변수 많아
“예측 안되니 시나리오만 늘어”
현대차그룹,수시경영점검회의

수익 악화 정유업계 투자 축소
디스플레이업계, 감산 등 고민
중기는 폐업 위기까지 내몰려


“예측이 안 되니 시나리오만 몇 개를 준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내 철강업계 임원 A 씨는 내년 경영 계획에 대해 이처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환율, 금리, 경기 침체, 원자재값 상승, 전기료 인상 등 고려해야 할 중대 경영 변수가 너무 많아 경영 계획을 확정 짓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A 씨는 “조달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경기 침체로 가격은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면서 “이런 국면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기존 사업 계획을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2023년 경영 계획 수립에 착수했지만, 한 치 앞을 내다 보기 힘든 시계(視界) 제로의 불확실한 경영 환경으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소비 위축 현상이 뚜렷한 데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위기란 복합 악재가 한꺼번에 휘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은 사실상 준(準)경영 전시체제에 돌입했다. 삼성·LG·SK그룹은 최근 사장단 회의를 열고 내년 경영 환경을 점검했다. 포스코그룹은 다음 주 최정우 회장 주재로 그룹경영회의를 열고 하반기 실적 점검 및 글로벌 경기 침체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글로벌 수요 감축 대응이란 중대 현안 때문에 수시로 경영점검회의를 열고 있다.

이미 예정했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연기·철회하는 기업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충북 청주시에 착공 예정이던 M17 공장 건설을 반도체 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전격 보류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27일 충남 서산 대산 공장에 3600억 원을 들여 추진하던 원유정제설비(CDU)·감압증류기(VDU) 설비 투자를 중단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1600억 원을 들여 설립하려던 질산유도품(DNT) 생산 공장 계획을 철회했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체도 내년 투자 계획 조정 가능성이 거론된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재고가 쌓이면서 감산이나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방안 등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유업계는 최근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과 정제 마진 하락 등으로 순식간에 수익성 악화에 봉착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세계 경제의 긴축 기조가 계속된다면 설비투자 축소 등 비용 절감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홍성규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많은 중소기업이 문을 닫아야 할지를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말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국내 경기 상황을 고려한 통화정책과 단기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을 위한 정책 자금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기준금리와 시중금리의 차이를 줄이면서도 자금 조달 수단을 다양화할 수 있는 금융정책을 서둘러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혜진·김병채·김성훈·최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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