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불편한 진실 된 北 전술핵 능력
최근 미사일 16발 중 실패 없어
불가능해진 CVID 대안 찾을 때

킬체인 KAMD 효과는 제한적
한·미 ‘핵 공유’ 투명하게 진행
걸림돌은 중·러보다 美 행정부


이 정도면 믿어줘야 한다. 지난달 9일 북한이 공개한 공격적인 핵 법령에 이어 25일부터 시작된 핵 질주는 북한의 전술핵 타격 능력과 의지를 확인시켜 준다. 실전 배치 수준과 전술핵 대량 생산 능력 등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14발과 장거리 순항미사일 2발 중 단 한 발도 실패하지 않았다. 북한의 ‘우리 국가 핵전투무력의 현실성과 전투적 효과성, 실전 능력이 남김없이 발휘’됐다는 선포를 빈말로 치부하기 어렵다. 적어도 한국, 일본, 괌을 향한 전술핵 타격이 가능하다.

북한 전술핵은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전략핵에 비해 실제 사용 가능성이 크다. 월등한 전략핵을 보유한 미국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공격하는 것은 자살 행위지만, 한국을 향해 인구밀도가 높지 않은 지역을 전술핵으로 타격하는 시나리오는 불가능하지 않다. 특히, 북한이 실전 배치한 KN-23은 회피 기동을 통해 한·미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뚫을 수도 있다. 북한은 핵을 재래식 무기와 함께 사용할 수 있음을 꾸준히 천명해 핵 사용 문턱을 대폭 낮춘 차원이 다른 위협을 부과한다. 따라서 한국의 대응도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우선, 불편한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 고도화·다종화·대량화된 북한 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불가능하다. 북한과 같이 핵물질, 핵탄두, 투발 수단을 자체 생산하는 핵보유국을 완전히 비핵화한 역사적 전례가 없다. ‘안보-경제 교환 모델’ 또는 ‘안보-안보 교환 모델’ 등의 이론이 제시되지만, 핵 법령을 통해 “우리의 핵을 놓고 더는 흥정할 수 없게 불퇴의 선을 그”었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침 앞에서 무력하다.

이제는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외교와 협상을 통한 비핵화 노력을 완전히 접을 순 없지만, 우선순위는 북한 핵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사용 시 가장 효과적인 대책을 갖추는 것이다.

3축 체계는 북한 전술핵 앞에서 효과가 제한된다. 선제타격용 킬체인은 북한이 다양한 미사일 발사 수단을 갖춤으로써 탐지·식별에 한계가 있다. 특히, 핵을 가진 북한을 재래식 무기로 선제타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인 KAMD는 회피 수단을 가진 북한의 미사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대량 응징보복을 가한다는 KMPR는 전면전을 각오 않고는 불가능하다. 더불어 아무리 고도화된 재래식 무기도 핵무기와 견주기 어렵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북한 핵을 억제하고 대응하는 최선의 수단은 나토 식 핵 공유다. 미국 전술핵을 한국에 반입하고 한·미가 연합훈련을 통해 투발 수단을 공유하는 방안이다. 전술핵이 들어오면 유사시 최단 시간 맞춤형 반격이 가능하고, 확장억제 공약의 신뢰도가 높아져 북한을 심리적으로 억지하는 효과도 크다.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무효가 되고 외교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은 요원해질 수 있으나, 완전한 북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공유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발도 극복할 수 있다. 사드(THAAD) 배치 때와 달리 한·미가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전술핵 도입을 예고하고 시행하면 된다. 그래도 중국이 보복한다면 안보를 위해 경제 이익 일부를 포기해야 할 만큼 위중한 상황임을 상기하면서 국론을 결집해 돌파해야 한다.

오히려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다. ‘핵 없는 세상’이라는 구호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공유하면서 신념화한 바이든 대통령이 전술핵 재반입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1일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전술핵 배치에 대해 “한국의 입장과 바람에 대해서는 한국 측이 말하도록 두겠다”면서도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이고, 아직도 이것을 향한 외교적 경로가 남아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군사적 대응 태세를 격상하기보다는 여전히 협상을 중시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비상한 결심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서 바이든 대통령과 담판해야 한다. 새로운 차원의 심각한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억제도 최대치로 운용해야 함을 설득해야 한다. 판이 바뀌었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