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 단독처리 속 첫 입장 밝혀
“비용 추계서도 없이 통과시켜
정부 재량에 맡겨야 낭비 막아
국회서 심도 있는 논의 당부”
여당 “다른 농민들 몫 뺏는 법”
야당 “색깔론 입히지 마라” 맞서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여권의 반대 속에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농민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그간 국민의힘과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반대 입장이 제기됐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전날(1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한 만큼 끝내 본회의까지 민주당이 법안을 단독 처리할 경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집무실 출근길 약식 회견 모두발언에서 “어제 양곡관리법(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야당이 소위 그 비용 추계서도 없이 통과시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윤 대통령은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 물량으로 농민들이 애써 농사지은 쌀값이 폭락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도 금년에 역대 최대 규모의 쌀 격리를 했다”며 “이것은 정부의 재량 사항으로 맡겨 놓아야 수요와 공급 격차를 점점 줄이면서 우리 재정과 농산물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개정안처럼) 법으로 매입을 의무화하면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과잉공급 물량을 결국은 폐기해야 한다”며 “농업 재정의 낭비가 심각하다. 오히려 그런 돈을 농촌의 개발을 위해 써야 하는데 이것이 농민들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조금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인 것은 국민의힘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여야 간 협의를 해달라는 당부이자 거부권 행사의 명분을 쌓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만약 이 법이 (최종) 통과돼 1∼2년 시행되면 민주당이 농민들로부터 반드시 원성을 들을 악법이란 점을 다시 한 번 밝힌다”며 “쌀 농가에만 특혜를 주고 쌀 과잉생산으로 국가 전체가 1조 원 넘는 돈을 매년 부담하게 하면서 쌀농사를 짓지 않는 다른 농민들의 몫을 빼앗아가는 아주 나쁜 법”이라고 말했다.
국회 농해수위의 농식품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양곡관리법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에게 양곡관리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이 법은 결국 쌀 농사짓는 농민도 못 지키고 우리 농업을 피폐화시킬 것”이라고 말했고, 정 장관은 “농업에 미칠 악영향이 너무 클 것으로 생각한다”며 “시행되면 안 된다는 전제하에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도 강하게 대응했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은 “해 보지도 않고 악영향이 있다고 말을 하느냐”고 몰아붙였다.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농민을 위한 법이다. 색깔론을 입히지 마라”고 맞섰다.
민병기·최지영 기자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