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책

K-요괴도감
이고은 지음│후즈갓마이테일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려면 귀신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제안을 했을 때 효과가 높다. 어린이는 학대, 굶주림, 아동 유기 같은 잔인한 현실을 목격하고 공포를 경험한다. 현실이 이렇게 무서운데도 어린이는 왜 무시무시한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일까? 민담에 자주 등장하는 무서운 이야기들은 어린이에게 생각의 실험실 같은 역할을 한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책장을 덮으면서 이야기 밖에서는 안전한 자신을 확인한다. 위기에서 생존할 수 있는 힘과 지혜, 용기를 얻는다. 낯선 두려움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익히며 성장한다.

‘K-요괴도감’에는 옛이야기 속의 등골 오싹하게 만드는 요괴들이 줄줄이 등장하지만 책에 그려진 그림과 내용은 그렇게 무섭지 않다. 오히려 귀여운 대목이 많다. 가나다순에 따라 우리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요괴를 하나씩 소개하는데 그 요괴가 출몰했던 지역과 함께 문헌에 언제 어떻게 기록되었는지 쓰고 뒷이야기는 만화로 풀어낸다. 예문으로 속담이 적혀 있고 전설에 등장하는 퇴치 방법도 쓰여 있다. 어린이들이 친구와 대화를 나눌 때 요괴에 대한 지식을 자랑할 수 있는 정보를 모아둔 셈이다. ‘세계의 요괴’나 ‘한 줄 평’을 포함한 구성도 재치 있다.

어린이를 위한 도감 집필에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 바 있는 이고은 작가는 경쾌한 요괴도감 곳곳에 예리한 풍자와 비판을 담아 두었다. 어른 말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말을 건 사람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며 앞머리로 눈을 가리는 ‘두억시니’에게서 사춘기 청소년의 마음을 읽는가 하면 짚풀 인형 ‘제웅’을 ‘버림받아야 하는 슬픈 운명의 인형’이라고 해석한다. ‘자유로 귀신’이나 ‘홍콩할매 귀신’ 같은 요즘 요괴도 나온다. MBTI는 유행을 반영한 농담 정도로 보이지만 책 안에서 비중이 더 적어도 좋았을 것이다. 요괴의 사연을 듣다 보면 며칠 밤은 뚝딱 지나가는 책이다.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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