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

대니얼 C 데닛 지음│신광복 옮김│바다출판사


40억 년 전, 불덩어리 행성이 식은 지구에서 최초의 생명이 탄생했다. 훗날 박테리아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그 생명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번식을 위한 움직임뿐이었다. 인지과학·생물학·심리학을 아우르는 사상가인 대니얼 C 데닛의 책은 이런 질문으로 문을 연다. “박테리아의 단순한 움직임만 있던 세상에서 어떻게 바흐의 음악을 낳은 인간의 마음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운율을 맞춘 시적인 제목의 책은 ‘브레인스톰’ ‘직관펌프’ 등을 통해 마음 연구의 대가로 자리매김한 저자가 반세기 동안 갈고닦은 이론을 집대성했다. 오랜 세월 과학자들은 마음을 물질과 다른, 계량하거나 분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여겼다. 이는 심신 이원론을 정립한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의 영향 탓이다. 하지만 저자는 마음을 ‘꿰뚫을 수 없는 신비’라고 규정하는 것은 ‘데카르트 중력’이라 꼬집으며 마음에 관한 과학적이고 유물론적인 해석을 펼쳐 보인다.

박테리아로부터 시작된 진화 과정을 꼼꼼하게 관찰하는 책은 마음 역시 자연선택에 따라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자연선택을 추동하는 것은 문화적 행동이나 지식이 복제·전파되는 ‘밈’이다. 일부는 살아남고 일부는 도태되는 밈 가운데 인간의 진보에 결정적 기여를 한 건 언어다. 인간은 언어라는 ‘생각 도구’ 덕분에 마음에 관해 묻고 답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 읽기에 결코 만만한 저작은 아니지만, 20여 쪽의 역자 서문이 데닛의 사상에 접근하는 좋은 길잡이가 된다. 686쪽, 4만80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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