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교회 안의 감동적인 공간
빛의 교회 안의 감동적인 공간


■ 지식카페 - 최경원의 세상을 바꾼 디자인- (21)안도 다다오(安藤忠雄)

오모테산도 힐스·도쿄대 건물·아스카 박물관 등
독자적 스타일… 경외감까지 드는 ‘건축의 신’

오사카 북쪽 한적한 주택촌에 자리한 ‘빛의 교회’
벽면 통해 들어오는 밝은 십자가의 빛은 극적인 감동


올림픽처럼 세계 일등의 건축가를 꼽는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을 넘어서서 아주 바보 같은 일이다. 한데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의 건축 앞에서는 자꾸 그렇게 된다. 수십 년 동안 건축가로 활동하면서 내놓는 디자인마다 감탄을 금할 수 없게 만들었던 뛰어난 작품 능력과 그런 건축들이 자아내는 감동에 휩싸이고 매료되다 보면 저절로 이 건축가가 세계 최고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게 된다. 그의 건축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다른 건축가들의 작품들을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다 보니 익숙해진 탓도 있는 것 같다. 원본을 본 힘이랄까.

오모테산도 힐스, 1996∼2006
오모테산도 힐스, 1996∼2006

게다가 그의 이런 건축은 유학 가서 배워 온 게 아니라 순전히 독학으로 깨친 결과이다. 인간 승리 드라마까지 겹쳐 있는데, 그런 덕에 그의 건축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자적인 스타일을 가진다. 이 정도면 좋다는 정도가 아니라 경외감까지 들면서 건축의 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현해탄 건너 이웃 나라에 살고 있으니 여러모로 제대로 살펴보지 않을 수 없는 건축가이다.

바깥과는 완전히 다른 오모테산도 힐스의 내부 공간
바깥과는 완전히 다른 오모테산도 힐스의 내부 공간

1 도쿄(東京)의 중심부에 있는 오모테산도(表參道) 힐스는 1920년대 간토(關東) 대지진 복구 과정에서 만들어졌던 도준카이(同潤會) 아파트 단지 자리에 만들어진 주상 복합 빌딩이다. 안도 다다오는 옛 아파트의 일부를 남겨 놓고, 건물을 오모테산도 길에 심어진 느티나무보다 높지 않게 해 역사적인 의미를 가급적 유지하고자 했다. 그래서 바깥에서는 다소 아담한 크기의 빌딩으로 보이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면 지하를 깊게 파 풍부한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건물이 삼각 구조를 이루고 있고, 한가운데가 비어 있어서 더욱 공간이 풍부해 보이고 바깥과는 완전히 다른 공간처럼 보인다.

특이한 것은 건물을 따라 스프링처럼 회전하며 상승하는 복도이다. 층층이 복도가 따로따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복도가 끝없이 회전하면서 연결되어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건물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돼 있다. 그래서 이 건물의 주인공은 건물이 아니라 복도이다. 차분하고 안정적인 건물 바깥의 인상과 건물 안쪽의 드라마틱한 공간이 대비되면서 전체적으로 아주 강렬한 건축적 감동을 자아내고 있는데, 안도 다다오 건축의 묘미가 아주 잘 표현돼 있다. 그런데 이런 구조는 서울 인사동에 있는 쌈지길 건물과 유사한 것 같기도 하다.


벽을 사이에 두고 건물 안쪽과 바깥의 공간이 단절되고 대비되고 있는 모습
벽을 사이에 두고 건물 안쪽과 바깥의 공간이 단절되고 대비되고 있는 모습

2 안도 다다오는 오사카(大阪) 출신으로 도쿄대 교수에 초빙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무리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본 정서에서는 그렇게 되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한다. 도쿄대 건축과 교수로 재임할 때 그는 개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건물을 디자인했는데, 연구를 위한 건물이면서도 인상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건물 바로 앞에 건물의 길이만큼 긴 벽을 세워 놓았는데, 이 간단한 구조 안에 매우 초현실적인 공간을 집어넣었다.

핵심은 건물 앞의 벽을 두고 건물 쪽과 건물 바깥쪽의 공간이 아주 강렬하게 대비된다는 점이다. 담벼락 바깥은 넓고 밝은 반면, 담벼락 안쪽은 아주 좁고 어두워서 연구실이란 건물의 분위기를 잘 조성하고 있다.

벽 뒤쪽 공간으로 다가가 보면 놀랍게도 담벼락 안쪽으로 지하 공간이 아주 깊숙하게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평탄하고 밝은 바깥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공간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공간의 대비가 매우 초현실적인 감동을 준다. 여타의 장식이나 독특한 구조 없이 단지 벽과 계단만으로 이런 표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건축의 신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지카쓰아스카 박물관과 올라가는 길, 1990∼1994
지카쓰아스카 박물관과 올라가는 길, 1990∼1994

3 지카쓰아스카(近つ飛鳥) 박물관은 오사카시에서 아스카 지역으로 넘어가는 산중에 만들어져 있다. 아스카는 백제의 문화가 전달된 아스카 지역을 뜻하는 것으로 우리와 관련이 매우 깊은 이름인데, 이 안에 전시된 유물들을 보면 가야 문화와 유사하거나 영향을 아주 많이 받은 것들이 있다. 일본의 역사로 보면 산속에 큰 무덤들이 많이 만들어졌던 ‘고분시대’에 해당하는 유물들이다. 국내의 가야 지역에도 산꼭대기에 무덤들이 많이 만들어져 있어서 가야 시대의 위엄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처럼 문화적으로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경사진 계단과 굴뚝같이 생긴 전망대가 장엄한 박물관
경사진 계단과 굴뚝같이 생긴 전망대가 장엄한 박물관

안도 다다오는 이런 배경을 고려해 오사카에서 가까운 아스카 산지에 박물관을 디자인했다. 핵심은 박물관 바깥에 산재해 있는 무덤들을 볼 수 있게 건물 윗부분에 만들어 놓은 계단이다. 진입로에서 박물관을 보면 일반적인 건물과는 다르게 윗면이 경사지게 만들어져 있다. 이 경사면이 전부 계단이라서 매우 인상적이다. 계단이야 별로 특이할 것이 없지만 건물 아래에서부터 비스듬하게 계단이 덮고 있는 경우는 없다.

가까이 가서 보면 굴뚝같이 생긴 전망대가 육중한 무게감으로 우뚝 서 있고, 폭을 알 수 없는 계단들이 수평적인 동세를 이루고 있어서 무척이나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박물관은 이 안쪽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렇게 계단을 강조한 것은 주변에 산재해 있는 고분시대의 무덤들을 보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박물관 안에 있는 유물도 중요하지만 이 유물들이 출토된 주변의 경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독특한 구조의 건축물로 전하고 있다. 안도 다다오는 이렇게 건축물을 건물이 아니라 메시지로 만든다. 그의 건축이 감동적인 것은 바로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의 건축을 대하다 보면 건축이 아니라 책이나 영화가 아닌가 착각할 때가 적지 않다.

빛의 교회, 1987∼1989
빛의 교회, 1987∼1989

4 빛의 교회는 안도 다다오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그런데 오사카 북쪽의 한적한 주택촌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교회 건물을 봐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그냥 주변의 주택과 다르지 않은 평범하고 아담한 모양이다. 정면에 출입구가 없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면 건물 바깥을 빙 돌아 건물 뒤편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면 과연 이 작은 교회가 그의 대표작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어둡고 작은 교회 건물 벽면이 십자가 모양으로 뚫려있고, 그 틈으로 밝은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다. 벽면에 작은 조명들만 붙어있어서 십자가 모양이 어둠에 대비돼 아주 인상적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만일 이 교회 안에 예수상이나 화려한 색이라도 칠해졌다면 어떠했을까? 그것을 생각하면 안도 다다오 특유의 노출 콘크리트가 교회 실내를 더욱 단순하고 소박하게 만들고, 그것이 밝은 십자가의 빛을 더 밝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크고, 넓고, 화려한 교회는 수없이 많지만 이렇게 검소하면서도 극적인 감동을 주는 곳은 없다. 이 교회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더욱 감동으로 다가온다. 건조한 시멘트 덩어리로 이런 극적인 감동을 만드는 안도 다다오의 솜씨는 거의 신의 경지가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의 벽이 뚫려 있나 궁금해하는데 투명한 유리로 막혀있어서 비가 건물 안쪽으로 들어오진 않는다.

이렇게 몇 개의 건물만 살펴봐도 안도 다다오가 얼마나 뛰어난 건축가인지 알 수 있다. 그의 건축은 단순하다 못해 앙상하게 느껴지지만 그 때문에 더욱 풍부하고 초월적이다. 동아시아의 허(虛)의 미학을 현대 건축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건강에 이상이 생겨 지금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빨리 쾌차해서 더 많은 건축적 감동을 만들어주기를 빈다.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 안도 다다오(安藤忠雄·Ando Tadao)

- 1941 : 오사카 출생

- 1962~1969 : 독학으로 건축 공부

- 1969 : 설계 사무소 설립

- 1979 : 스미요시 나가야로 일본 건축학회상

- 1983 : 롯코 집합주택1, 효고 고베

- 1987 : 예일대 객원교수

- 1988 : 물의 교회, 홋카이도 도마무

- 1989 : 빛의 교회, 오사카 이바라키

- 1990 : 하버드대 객원교수

- 1994 : 지카쓰아스카 박물관, 오사카 가난

- 1995 : 프리츠커상 수상

- 1997~ : 도쿄대 교수

- 2000 : 아와지 유메부타이, 효고 아와지

- 2006 : 오모테산도 힐스, 도쿄 오모테산도

- 2007 : 21_21 Design Sight, 도쿄 미나토구

- 2008 : 후쿠다케 홀, 도쿄대

- 현재 : 도쿄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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