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 하루를 내어 멀리 경남 사천에 다녀왔다.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의 최초비행 성공 기념행사가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 있었는데, 역사적인 비행 장면을 직접 보면서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40여 년 전 항공우주 기술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하겠다고 다소 무모하게 나섰던 공학도였기에, 그리고 항공우주 선진국들이 개발한 첨단 전투기들이 화려하게 기동하는 모습을 영화관에서나 보며 부러워만 했었기에 기념행사 며칠 전부터 가슴이 설레었다. 이날 날렵하게 생긴 보라매 전투기가 굉음과 함께 이륙하는 멋진 모습은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감동 그 자체였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앞으로 6대의 시제기를 이용해 2000여 회의 비행시험을 수행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한국 항공 엔지니어들을 괴롭힐지 모른다. 수십만 개로 구성된 항공기 부품과 소프트웨어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지만, 문제점을 찾아내 해결하는 과정을 거쳐 완전함에 한층 더 가까운 전투기가 개발되는 것이다. 비행시험 과정에서 결함이 발생했다고 항공기 개발에 문제가 있는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는 과정이야말로 항공기 비행시험 과정에서 필수적인 절차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서 개발돼야 실제로 전투기를 운용할 때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보라매 전투기는 비행시험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제 아음속에서 초음속, 저고도에서 고고도, 그리고 기동한계 수준까지 비행영역을 확장하며 안전성은 물론 다양한 비행 특성을 확인하고 성능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진동을 포함한 구조 시험과 엔진 성능 시험은 필수다. 각종 항공전자 및 세부 계통 시험과 공대공 무장 적합성 시험은 물론 공중급유 같은 고난도 비행시험도 해야 한다. 4년 동안 비행시험을 모두 마쳐야 하는 만큼 체계적인 비행시험 평가계획을 세우고 효율적으로 시험하고 검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테스트 파일럿은 물론 공군과 한국항공의 비행시험 및 계측·기술 부서 엔지니어, 그 외 많은 관계자가 보라매 전투기 체계 개발이 끝날 2026년까지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 완성된 전투기가 최종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으면 양산에 들어가게 되고, 2028년 40대의 보라매 전투기를 시작으로 2032년까지는 120대가 우리나라 영공을 수호하게 된다.
오랜 꿈이었던 초음속 전투기 개발에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 모두 전폭적인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안정적인 개발 환경을 흔드는 외부 위험 요인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성공적으로 개발된 보라매 전투기가 국가 방위력을 향상시키고, 활발한 수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국가 방위를 위해 항공 선진국에서 개발한 비싼 하이급 5세대 전투기만 필요한 건 아니다. 우리나라도 하이급 전투기로는 고성능 스텔스 전투기인 F-35와 고성능 전투기인 F-15K를, 미들급 전투기로는 F-16K를 함께 운용하고 있다. 보라매 전투기가 필요한 전투 성능을 갖췄으면서도 가성비가 좋은 미들급 전투기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우뚝 서기를 바란다.
한편, 항공산업에서 미래의 먹거리로 민수 완제기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환경친화적이고 효율적인 중대형 여객기와 수송기가 전 세계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을 꿔 본다. 이를 위해 터보팬 엔진을 장착한 중소형 비즈니스 제트기 개발이 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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