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켜면 나홀로족(族)부터 돌싱 남녀의 삶까지 타인의 사생활을 쉽게 접할 수 있죠. 식상해진 소재 속에서 좀 더 자극이 필요했을까요? 적나라한 부부간 문제를 토로하는 프로그램도 크게 늘었는데요. 그런데 그 수위를 보면 “위험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최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는 전북 군산에서 15개월 쌍둥이 남매를 키우고 있다는 7년 차 부부가 출연했는데요. 둘은 밤만 되면 서로를 향해 폭언과 욕설을 서슴지 않습니다. 또한 지난 9월 출연한 결혼 5년 차 아내는 임신 중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했죠. 10대들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다룬 MBN ‘고딩엄빠2’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한 출연자는 고등학교 시절 임신중절수술을 받았고, 1년 뒤 또다시 임신 후 출산했으며 남자친구는 폭력성을 보였다고 토로했죠.

이런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제작진은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가?’ 그 속내를 의심하게 됩니다. 오은영 정신과 의사를 멘토로 앉혀 그들의 상황을 진단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지만, 몇몇 가족의 행태는 단순한 가정불화를 넘어 범죄 수준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죠. 또한 이를 VCR로 지켜보는 연예인 패널들의 걱정이나 조언이 아닌, 전문적인 치료를 요하는 수준의 문제도 드러나는데요. 결국 제작진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려 ‘자극을 위한 자극’만 반복하고 있는 것 같아 불편해집니다.

급기야 ‘고딩엄빠2’는 방송조작 논란에 휩싸였는데요. 한 출연자가 자신의 SNS에 “제작진이 특정 상황을 연출하도록 요구했다”며 “남편에게 물어보니 제작진 번호를 제 이름으로 저장해 13통을 걸었다고 하더라”고 주장했습니다.

제작진은 입장문을 내고 “상호 합의하에 일정 부분 제작진의 ‘개입’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양측 간 오해로 벌어진 일”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는데요. 적어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 것이 아니라 제작진이 ‘개입’했다는 건 인정했죠.

이런 프로그램들은 통상 ‘리얼’ 관찰 예능이라 강조합니다. 일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주장이죠. 하지만 곳곳에서 불거진 잡음을 들어보면, 그 프로그램들의 진정성에 물음표를 달게 됩니다. 만약 재미를 위한 설정이 가미됐다면 제작진은 도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이런 막장극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면 TV 카메라 앞에 서기 전, 병원부터 가볼 것을 권합니다.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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