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 사회부장

김문수 임명, 개혁 의지 의구심
勞 이중구조 개선 15 대 85 싸움
文, 연금 개혁 못 한 유일한 리더

역대 노동개혁 미완 또는 실패
전권 부여·거버넌스 성공 조건
尹, 정권 명운 걸 결기 있어야


“일각에선 실패라고 하지만 저는 미완성이라고 한다. 다시 사회적 대타협 필요성을 느끼면 9·15 대타협이 될 수밖에 없다.”

김대환 일자리연대 상임 대표는 ‘미완’에 그쳤지만,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노사정 자율 합의로 끌어낸 사람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을 하며 2015년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9·15 대타협)’을 성사시켰다. 한국노총이 노동계 대표로 참여한 가운데 사용자 측과 정부 등 3자가 합의한 청년고용 확대, 근로소득 상위 10% 임직원 임금인상 자제, 최저임금의 지역·업종별 결정 방안 마련, 직무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 등은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이라는 선진 목표를 제시한 개혁 방안이었다. 입법화에 성공했다면 고용 경직성과 노동 양극화 현상이 지금처럼 악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4일 노란봉투법 반대 기자회견을 한 그는 9·15 대타협에 대한 아쉬움과 노동 개혁 필연성, 성공 가능성을 피력했다.

5월 10일 취임 이후 노동·교육·연금 등 사회 분야 3개 개혁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최근 들어 꺾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스몰 개혁’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만들어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작업에 착수한 노동 개혁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총살감” “김일성주의자”라고 규정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경사노위 위원장에 임명하면서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연금·교육 개혁은 더 힘들다. 국회와 청와대를 두루 거친 한 재정정책 전문가는 “국민연금은 반드시 개혁해야 하지만 정치인 처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대다수 유권자가 손해를 보는 국민연금 개혁은 시작도 못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교육은 개혁은커녕 정권 출범 6개월이 가깝도록 교육부 수장도 없는 상태다.

노동 개혁은 미래 세대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더는 미뤄서는 안 되는 시대 과제다. 그렇지만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안 한 게 나은 개혁이 될 수도 있다. 1996년 노동법 날치기가 대표적인 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노사정이 합의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정리해고도 커다란 후폭풍을 남겼다. 반면, 연금 개혁은 지금까지 여섯 번 단행됐다. 국민연금은 1998년 외환위기라는 시대적 불가피성에 따른 개혁과 2007년 임기 말 단임 대통령의 결단 때 개편됐다. 공무원연금은 1995·2000·2009·2015년 등 네 번 바뀌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공무원 연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연금을, 김영삼·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무원연금을 개편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현행 유지와 ‘더 내고 더 받는’ 방안 등 4가지 안을 제시한 뒤 손을 떼 문민정부 이후 연금 개혁을 단행하지 못한 유일한 대통령이 됐다.

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조건이 있다. 우선 대통령의 강력한 추진력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정권을 잃어도 좋다”며 공무원연금과 노동 개혁을 밀어붙였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한 김현숙 당시 새누리당 의원에게 “당신만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고 힘을 실어주었다. 노동 개혁을 추진한 김대환 위원장에게는 협상 전권을 부여했다. 노 전 대통령도 “정권의 안위를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일머리를 아는 인재를 찾아 맡기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대통령실이 중심이 돼 부처 협력, 야당 설득, 국민 홍보 등 전략을 수립하고 국회와 정부 역할을 분담하는 거버넌스가 구축돼야 한다. 개혁에 따른 고통과 부담을 감당할 대상을 논의 주체로 참여시켜야 한다. 2015년 공무원노조가 참가한 공무원연금 개혁은 성공했지만, 한국노총이 대타협을 해 놓고 국회 입법화 과정에서 노사정을 탈퇴한 노동 개혁은 미완으로 남아 있다.

노동 개혁은 조직화한 기득권 노조 15%와 조직화하지 못한 소외된 노동자 85% 간의 싸움이다. 성공하면 차기 총선에서 성과로 내놓을 수 있다. 노동·복지 개혁에 성공하고도 권력을 내놔야 했던 슈뢰더 전 독일 총리처럼 윤 대통령이 결기가 있는지, 얼마나 성공 조건을 준비했는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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