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으로 새끼거미 길러 판매도
거미 콘텐츠 다루는 유튜버 늘어

서울 자양동 소재의 타란툴라 전문매장 내부. 해당 매장 관계자는 "약 5000마리(170종) 거미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장 관계자 제공
서울 자양동 소재의 타란툴라 전문매장 내부. 해당 매장 관계자는 "약 5000마리(170종) 거미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장 관계자 제공


최근 ‘반려 거미’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타란툴라 브리더(타란툴라를 사육·번식시키는 사람)’를 부업으로 새끼거미를 팔아 수익을 얻는 일반인도 증가하는 추세다. 거미 판매업계는 소비자가 꾸준히 늘어 지난해보다 매출이 20~30% 뛰었다고 입을 모은다. 거미를 소개하는 대형 유튜버들이 늘고, 유치원에서도 각종 숲체험으로 거미 관람을 하고 있어 거미를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직장인 이정환(34) 씨는 지난 16일 서울 자양동과 경기 산본동의 거미 전문 판매업체에서 거미 두 마리를 샀다. 이 씨가 구매한 ‘테라포사 스티르미(버건디 골리앗 버드이터)’는 시중 20만 원가량에 판매되는 종으로, 성체 크기 25cm에 달하는 매우 빠르고 털이 달린 거미다. 이 씨는 "남들이 잘 안 키워서 매우 특이하단 장점이 있다"며 "관상용으로도 좋고, 먹이는 일주일 한두 차례만 줘도 되는 등 관리도 매우 쉽다"고 말했다. 이어 "사냥하는 포식자의 모습을 보면서 야생성과 사나이의 피를 끓게 한다"고도 전했다. 경산 하양읍에 거주하는 전모(24) 씨는 지난주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입양한 거미 두 마리를 택배로 전달받았다. 전 씨는 "소리나 냄새가 안 나서 다른 애완동물처럼 신경 써주지 않아도 된다"며 "이번에 데려온 스켈레톤은 생각보다 사이즈도 크고 앞쪽에 슬슬 발색이 올라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타란툴라 인기종 중 하나인 카리베나 베르시컬러(앤틸리스 핑크토) 성체 모습. 출처: 네이버 카페 ‘절사모’
타란툴라 인기종 중 하나인 카리베나 베르시컬러(앤틸리스 핑크토) 성체 모습. 출처: 네이버 카페 ‘절사모’


부업으로 ‘타란툴라 브리더’를 하며 수입을 얻는 일반인도 느는 추세다. 기존의 마니아 문화가 강하던 시장에 일반인들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자양동에 거미 판매업장을 연 지 3년이 넘은 김우석(30) 404스파이더 대표는 "부업으로 타란툴라 번식을 하는 ‘타란툴라 브리더’라는 신종 직업이 생겼다"며 "한 차례 번식으로 많은 타란툴라를 얻을 수 있으며, 번식이 어려운 종의 경우 유체 1마리가 10만~35만 원 정도로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서는 공식 협회도 생겼다. 지난 6월 발족한 한국타란툴라협회의 곽대영 대표는 "이사진과 유료 정회원 모두 합하면 100명가량"이라고 전했다. 이 협회는 타란툴라 관련 생태교육, 저널 발간 등을 하고 있다.

거미 판매업계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20~30%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거미 5000마리(170종)가량을 보유한 김우석(30) 404스파이더 대표는 "1년 전보다 매출이 20~30% 늘었다"며 "보통 샵들이 5000~1만 마리 번식개체를 운영하는데, 이 같은 샵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배성찬 렙타일리아 대표는 "코로나에도 타격이 없었고 매년 소비자가 20% 정도씩 늘었다"며 "구매자 성비는 남자가 80%, 여자가 20%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튜브 등에서 많이 노출되며 예전의 혐오 인식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반려거미는 첫 구매비용 이외에 관리비용이 매우 적다는 특징이 있다. 거미를 키우는 데는 바닥재와 사육장, 물그릇, 먹이가 필요한데 먹이피딩(feeding) 주기는 주 3~4회 정도다. 대부분의 성체급 타란툴라는 3개월에 한 차례만 먹이를 줘도 된다. 슈퍼밀웜(길이 4~5㎝) 100마리는 시중 6000원가량이면 살 수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타란툴라 중 하나는 핑크토(Pink Toe) 계열이다. 이는 일반인이 키우기에 독성이 약하고 순하며, 발색이 아름답다고 평가된다. 한 거미 판매업자는 "그라모스톨라(Grammostola)에 속하는 브라질리언블랙, 자이언트골덴니, 로즈헤어 종들도 매우 느린 걸음걸이와 20여 년의 수명, 뚱뚱한 체형으로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타란툴라는 300종이 넘는다.

반려거미 열풍이 확산된 배경에는 일반인들에게 거미 노출이 잦아지면서 거미에 대한 기존의 거부감이 완화되기 시작한 데 있다. 특히 거미를 소개하는 등 거미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버가 늘고 있다. 이색 곤충·동물 유튜버 ‘다흑’과 ‘정브르’는 각각 구독자 88만여 명, 124만여 명을 보유하며 거미 영상을 올리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거미 관찰하기’등 활동이 포함된 각종 숲체험을 이어가고 있다.

김길원 인천대 생명과학기술대학장은 "반려 동·식물은 정서적으로 도움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융통성 있는 지침이 필요하다"며 "독일의 경우 일정한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사육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학장은 "타란툴라 사육을 포기해 방사하면 생태계 교란을 가져올 수도 있고, 거미가 방어행동으로 엉덩이를 쓸어내리면 그 털이 우리 살에 꽂혀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예린 기자
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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