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철환의 음악동네 - 방탄소년단 ‘Yet To Come’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나’ 윤시내의 ‘인생이란’ 가사는 이렇듯 심오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영화 ‘별들의 고향’(1974)에서 ‘난 그런 거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를 속삭이던 그 가수 맞나 싶다. OST 음반에 적힌 노래 제목(‘나는 열아홉 살이에요’)을 보니 수긍이 간다. 인생을 모르기는 열아홉이나 일흔이나 별 차이 없을 것이다. 하기야 4분 안에 어찌 인생을 정의하랴. ‘아무리 몸부림쳐도 인생이란 알 수가 없네’(윤시내 ‘인생이란’ 중)

그래도 궁금하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동일한 질문을 서른 즈음의 방탄소년단에게 던지면 뭐라 답할까. ‘지금 난 마치 열세 살 그때의 나처럼 뱉어 huh 아직도 배울 게 많고 나의 인생 채울 게 많아’ 노래의 제목은 ‘Yet To Come’이다. 인생에서 아직 오지 않은 그것. 짧은 노래 속에서나마 단서를 찾아보자. ‘너의 마음속 깊은 어딘가 여전한 소년이 있어 (중략) 그 이유를 물어본다면 내 심장이 말하잖아’

살아가다 심정은 바뀌어도 심장은 여전하다. (그래서 심란하다) ‘인생은’으로 시작하는 가요 두 개가 심정과 심장 사이를 오간다. 하나는 최희준(1936~2018)의 ‘하숙생’이다. ‘인생은 나그넷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또 하나는 이진관의 ‘인생은 미완성’이다.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가야 해’ 이 노래를 작사한 김지평(1942년생) 씨는 원래 직업이 교도관이었다. 사형수와 대화를 나누다가 영감을 얻어 쓴 노랫말(‘당신의 마음’)로도 유명하다. ‘바닷가 모래밭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중략) 턱 밑의 점 하나 입가의 미소까지 그렸지마는 아, 마지막 한 가지 못 그린 것은 지금도 알 수 없는 당신의 마음’(원곡 방주연)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찍은 지구 사진을 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저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에서 이런 소감을 남겼다. “우리의 모든 기쁨과 고통이 저 점 속에서 존재했고,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한 수천 개의 종교와 이데올로기가 (중략) 저 티끌 같은 작은 점 속에서 살았습니다.” 우주과학에 문외한인 나더러 문장의 뒤를 연결하라면 뭐라고 적을까. “그 작은 점 속에서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서로 그렇게 미워하며 다툴까.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 공간인데.”

광활한 우주와 마음속 점 하나를 연결시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다짐한 시인(윤동주)도 있다. 사람에겐 누구나 약점·단점·결점·오점·허점이 있다. 감추고 지우려 할수록 강점·장점은 퇴색할 뿐이다. 그래서 인간의 점 중 가장 돋보이는 점은 아마도 ‘솔직한 점’일 것이다.

점 하나가 모티브인 가요도 있다.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김명애 ‘도로 남’ 중) 이 노래를 작사·작곡한 조운파(1943년생) 씨를 최근에 만났다. 주병선의 ‘칠갑산’, 남진의 ‘빈 잔’, 허영란의 ‘날개’, 김트리오의 ‘연안부두’, 하수영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등 그야말로 명곡이 즐비하다. 겸손의 언어를 장착한 그는 놀랍게도 청년 시절 내가 일한 회사(MBC)의 주제가도 만들었다. 경쾌한 국악 장단으로 시청자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 바로 그 노래. ‘둥두둥 둥둥 만나면 좋은 친구’

친구보다 경쟁자가 많으면 그건 외로운 인생이다. 조운파 씨의 자작곡 중에 김태정의 ‘백지로 보낸 편지’(1981)도 있다. ‘사연이 너무 많아 쓸 수가 없으면 백지라도 고이 접어 보내 주세요’ 심장이 시린 연인들에겐 ‘쓰다가 마는 편지’(‘인생은 미완성’)보다는 차라리 ‘백지로 보낸 편지’가 나을 성싶다.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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