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우 논설고문

국민의힘의 유승민 전 의원이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위로 나오자 이 내용을 첨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뜬금없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어느 여론조사인지를 살펴봤다. KBS? 하다가 아차, 잘못 본 것이었다. 정확히는 KBC광주방송이 의뢰한 것으로 여론조사 회사의 이름은 넥스트위크리서치였다. 넥스트위크리서치에 따르면 7월부터 매주 발표하는 전국 성인 1000명 대상 정기 조사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주까지 8주 연속 선호도 1위에 오르고 있었다.

넥스트위크리서치를 좀 더 알아보기 위해 과거 기사들을 검색했더니 유 전 의원 말고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에 관한 재미있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이 역시 KBC광주방송과 국내 UPI뉴스(미국 UPI통신과 별개)가 의뢰한 조사다. 지난 7월 12∼13일 실시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이준석 대표의 지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한국갤럽이 지난 9월 첫째 주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준석 전 대표는 호감 24%, 비호감 65%로, 호감은 가장 낮고, 비호감은 가장 높은 정치인으로 나왔다. 이 정도라면 두 여론조사 업체 중 하나는 진실을 호도하거나, 한쪽의 설문 내용에 심각한 하자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

현재 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업체는 무려 93개에 이른다. 심지어 넥스트위크리서치는 이 안에 들어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언론사들은 아무런 검증 절차 없이 호기심을 자아내는 제목만 나오면 무조건 기사를 베껴 싣는 경향이 있다. 이런 판이니 “148개 언론이 그렇게 듣고, 그렇게 썼는데…”(권태선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라는 말이 나와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정치권의 누군가는, 그리고 그에 봉사하는 여론조사 업체들은 이런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지난 2021년 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윈지코리아, 리얼미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등 여론조사 업체 간부들이 잇달아 이재명 캠프로 달려간 것은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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