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최근 ‘아시안 스윙’을 개최해 왔다. 아시안 스윙이란, LPGA투어의 저변 확대에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일본 등지에서 LPGA대회를 여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선 2002년 나인브릿지클래식부터 시작됐다. 이 대회를 통해 안시현(2003년), 이지영(2005년) 등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새내기들이 LPGA의 신데렐라로 탄생했다. 남자 대회보다 규모가 작았던 LPGA는 KLPGA를 통해 영향력을 넓혔고, KLPGA는 LPGA를 통해 스타 선수를 배출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둘 다 좋은 ‘윈-윈’이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골프 시장이 급성장하고 서로의 영향력이 늘어나면서 누이 좋고 매부 좋던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LPGA의 아시안 스윙은 코로나19 여파로 개최가 들쭉날쭉했다. 그나마 열린 국내 대회는 타이틀 스폰서가 종종 바뀌어 지속성이 의문시됐다. TV 중계권 협상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갈등이 고조되다가 드디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주말 강원도에선 2개의 골프 대회가 동시에 열렸다. 국내 유일의 LPGA투어 대회인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은 원주에서, KLPGA투어 대회인 위믹스챔피언십은 평창에서 진행됐다. 그림이 뻔했다. 마치 맞불을 놓은 모양새였다. 당연히 이전 대회 같은 선수 교류는 없었다.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은 개최 장소만 원주일 뿐 미국과 다를 바 없었고, KLPGA는 BMW 대회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오히려 비공인 대회로 규정하고, 소속 선수들이 출전할 경우 벌금 최대 1억 원과 10개 대회 출전 정지를 내릴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사실상 출전을 막은 셈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데에는 결정적으로 TV 중계권 협상이 있었다. 애초 KLPGA는 이번 대회를 LPGA와 공동 주관하기를 바랐다. KLPGA를 중계하는 SBS골프와 LPGA 중계권을 가진 JTBC골프가 공동 중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JTBC골프가 거절했고, KLPGA도 더는 LPGA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대립했다.
앞서 KLPGA는 지난 8월 2023∼2027년(5년)의 중계권 사업자 입찰 끝에 SBS골프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런데 입찰에 참여한 JTBC골프가 SBS골프보다 많은 금액을 제시했으나 입찰에서 밀렸다고 반발하면서 소송전으로 치달았다.
KLPGA는 올해 33개 대회에 총상금 305억 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이런 배경에는 자체 노력도 있지만 LPGA에 진출한 선수들의 활약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LPGA도 KLPGA 한국 선수들의 활동에 적지 않은 덕을 본 게 분명하다.
결국 모든 피해는 선수와 팬의 몫이다. 선수들은 양대 단체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고, 팬들은 수준 높은 경기를 볼 기회를 놓치고 만다. 지난해 BMW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는 임희정이 세계 정상의 고진영과 연장전 명승부를 연출해 박수받았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간단하다. 골프 중계를 누가 하느냐는 관심 밖이다. 그저 시간 잘 맞춰서 하고 해설 잘해주면 그만이다. 우리는 선수들의 값진 땀과 멋진 승부를 생생히 볼 수 있길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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