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 상승)과 미국의 ‘킹 달러’라고 불릴 정도로 강한 달러 현상이 계속되면서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화폐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것은, 일본과 중국의 화폐 가치 하락 추세다. 일본은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지난 20일 ‘심리적 저항선’이라고 믿었던 150엔을 돌파했다. 이는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의 위안화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9일 달러당 역내 위안화는 7.2279위안으로 2008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포치(破七)라고 하여 심리적 저항선이라고 여겼던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선 것이다. 원화도 달러당 1500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환율 변동이 큰 나라들의 특징은 미국과의 이자율 격차다. 최근 미국은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려 연초 0.25%에서 현재는 3.25%다. 반면 일본은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금융완화 정책을 시행하려 한다. 중국은 지난 1, 8월 기준금리로 불리는 대출우대금리(LPR)를 두 차례(1년 만기)와 세 차례(5년 만기) 내렸다. 다행히 한국은 이자율 인상으로 아직은 미국과 0.25%포인트 격차만 난다. 이자율 정책의 차이는 물가상승률에 있다. 일본은 최근 2%대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도 지난 9월 2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었지만 2.9%여서 심각하지 않게 본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최근 몇 개월 간 5%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외화보유액이 충분하고 국내 인플레이션이 높지 않아 아직은 이자율 인상 요인이 없다는 시각은 이해가 간다. 문제는, 이자율 격차로 자금의 해외 유출, 물가·임금 상승 및 화폐 가치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근래 ‘제2의 외환위기’ 우려 기사가 많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자금 유출 추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에서 지난 2∼8월에 중국 채권이 약 5000억 위안(약 100조 원)어치 매도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시아 주요 8개국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지난 9월에만 272억2000만 달러(약 38조 원)라고 한다. 일본이 가장 많이 빠져나가 175억2000만 달러(약 24조7700억 원)였고, 우리나라는 그래도 선방해 19억 달러가 유출됐다.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경제 안정화 정책은 매우 고통스럽다. 원인은 공급 측 비용 상승에 의한 것인데, 처방은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장 정책의 우선순위는 이자율 인상을 통한 물가 안정이어야 한다. 과거 1970년대 두 번에 걸친 유가 상승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이 10%를 넘어가자 미국이 기준금리를 11.5%(1978년 11월)에서 21.5%(1980년 12월)로 인상한 게 그 예다. 물가 안정 없는 경제 회복은 더욱 가능하지도 않고 위험하다.

결국 해결 방안은 규제 혁파를 통한 제도 개혁과 혁신을 통한 공급 확대 정책에 있다. 수요는 억누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택시요금을 인상할 게 아니라 우버나 타다 등을 허용하고, 숙박 요금도 에어비앤비 확대로 공급을 늘려줘 요금을 내릴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장기적으로 혁신적 사고가 산업화하여 혁신 생태계를 강화함으로써 공급 확대를 통한 물가 하락을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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