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에 일방적 통보

2월에 이어 이례적 두차례 훈련
기간·투입되는 무기 공개 안해
우크라 “ICBM 전선배치 할 수도”
바이든 “핵무기 쓰는건 큰 실수”


러시아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연례 핵 억지 연습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에 맞불을 놓는 대규모 핵전쟁 훈련 ‘그롬(Grom)’을 진행하겠다고 25일 미국에 일방 통보했다. 러시아는 그롬이 매년 시행된 일상적 훈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 2월에 이어 이례적으로 두 차례 훈련을 진행하는 데다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수차례 내비쳤다는 점에서 ‘핵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그롬 훈련에 대해 알려왔느냐’는 질문에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나토가 오는 30일까지 스테드패스트 눈 훈련으로 핵 억지 전략을 점검하는 상황에서 돌연 핵전쟁 연습을 선언한 셈이다. 러시아는 구체적인 훈련 기간과 투입 무기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전황 뒤집기를 위해 그롬을 계기로 실제 핵전쟁 준비에 착수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 전문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러시아군이 이번 훈련에 ICBM인 RS-28 ‘사르마트’를 투입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사르마트 시험발사 성공 소식을 알리며 “올해 말 첫 번째 복합체가 전투 임무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롬 훈련에서 사르마트 성능을 점검한 뒤 전선에 배치할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외에도 핵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 미사일 배치도 거론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더티밤’(dirty bombs·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채운 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여론전에 나선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더티밤을 먼저 투하하고 우크라이나에 뒤집어씌우기 위한 일명 ‘거짓 깃발 위장 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자신들의 핵무기 사용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심각한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토는 오는 30일까지 스테드패스트 눈 훈련을 진행한다. 특히 ‘하늘을 나는 요새’로 불리는 미국의 장거리 전폭기 B-52가 작전에 투입되자 사실상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을 상정한 훈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한 가톨릭 평신도들은 이날 ‘평화를 위한 외침’ 행사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기도했다.

김현아·손우성 기자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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