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한·미·일 3국의 대잠수함작전 연합훈련이 있었다. 그런데 야당의 모 국회의원이 엠바고(보도 유예) 걸린 훈련계획을 사전에 노출하는 바람에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작전에 불참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2017년 이후 5년 만에 실시한 3국 대잠(對潛)훈련에 차질이 빚어진 것인데, 이 훈련은 그 자체가 극비(極秘)에 해당하는 부분이 많아 훈련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훈련이다. 잠수함 전력만큼은 군사력 중에 마지막 군사력이라 할 만큼 어느 나라도 잠수함 훈련 내용은 극비로 분류한다. 물속에서 다니기 때문에 어디에 있는지 모르므로 상대 국가의 앞바다 가장 가까이에 있어도 알 수가 없어서 가장 무서운 군사력으로 통한다.
한미동맹 연합훈련에서도 미국의 잠수함이 참여하는 것은 상대방 잠수함의 스크루에서 나는 소리, 수면 위의 구축함과 이지스함 등의 스크루 소리 즉 음문(音紋)을 확보하기 위해 소리 소문 없이 행동하는 것이다. 음문이란, 마치 사람의 지문과 같아서 잠수함과 모든 선박에서 나는 고유한 소리를 말한다. 훈련에 참가한 잠수함들은 매번 새로운 음문이 있는지를 파악해 데이터를 새로이 경신해 유사시에 대비한다.
한·미·일 대잠작전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나라는 우리나라다. 우리 잠수함이 미국·일본 잠수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장 열악하기 때문이다. 일본 잠수함은 소류(蒼龍)급이 주축인데, 원래 16척 체제로 매년 1척씩 퇴역시키고 미쓰비시와 가와사키 조선소에서 교대로 매년 1척씩 건조한다. 그래서 일본은 해마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면서 세계적인 잠수함 실력을 키워 왔다. 매년 1척씩 퇴역시키고 새로 건조하기 때문에 잠수함 나이가 평균 7.5년으로 가장 젊다.
지금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4척 체제로 바뀌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3척을 상시 배치해 중국의 잠수함이 이 해역들을 드나드는 것을 CCTV처럼 감시하고 있다. 일본 잠수함은 물속에서 소리를 가장 작게 내기 때문에 세계 정상급의 잠수함으로 평판이 높다. 미국 잠수함도 일본 잠수함을 경계할 정도로 소리가 작다. 24척 체제인 일본 잠수함은 모두 리튬이온전지를 쓰는 잠수함으로 교체 중이어서 과거 디젤을 쓰던 잠수함과는 달리 적어도 3주 이상 물속에서 작전할 수 있어 굳이 핵잠수함을 도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한국도 이제 리튬이온전지 잠수함으로 교체하는 시작 단계여서 미래의 잠수함들까지 모두 리튬이온전지 잠수함으로 교체되면 전투력이 훨씬 강해질 것이다. 미국의 잠수함은 핵잠수함이 주축인데, 이번 훈련에 참여하지 못한 잠수함은 약 6000t급의 로스앤젤레스급 아나폴리스 잠수함이다. 아나폴리스는 미국의 핵잠수함 가운데 소리가 가장 작은 편에 속하며 기동성도 뛰어나다. 미국에서 가장 큰 핵잠수함은 오하이오급인데, 1만8500t급에 달해 전쟁이 나면 평양과 같은 도시는 그냥 초토화시킬 수 있는 핵무기를 싣고 있다.
잠수함 능력이 한국보다 훨씬 뛰어난 미·일의 잠수함들과 훈련하면서 한국의 잠수함 능력을 크게 향상시켜야 할 판에 이번처럼 훈련 기회를 놓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해선 안 된다. 한국을 지키는 미래의 군사력 중 가장 중요한 군사력은 잠수함 전력임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