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멀티캠퍼스에서 ‘삼성청년SW아카데미’ 7기 교육생들이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멀티캠퍼스에서 ‘삼성청년SW아카데미’ 7기 교육생들이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산업경쟁력, 인재가 해법이다 - (2) 삼성전자

삼성청년SW아카데미 7기째
연간 1600시간 코딩 등 교육
매월1인 100만원 지원금 제공
서울 · 대전 등 5개 캠퍼스 운영

130개 기업서 채용시 가점부여
전체 수료생 중 82% 취업 성공
삼성전자 · 네이버 등 진출 성과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멀티캠퍼스. 강의실에서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 7기 수강생들이 조별로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6인 1조로 구성된 수강생들은 같이 노트북 화면을 보면서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만들고 있는 앱 프로그램 수준은 곧바로 회사에 취업해 개발자로 일해도 손색없을 것으로 보였다. 실제 하반기 채용 시즌을 맞이해서 약 20%의 학생들은 취업에 성공해 수업에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7일 “SSAFY가 약 4년 동안 6기의 수료생을 배출하면서 기업 채용 담당자들에게도 유명해졌다”며 “SSAFY 출신에게 채용 가산점을 주는 기업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SSAFY는 최근 촉망받고 있는 개발자 직군을 대거 배출하는 산실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기업의 인재 육성이 사내의 필요한 자원에 집중된 것과 달리 취업·창업 지망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기업의 새로운 인재 양성 프로그램 모델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SSAFY는 지난 2018년 삼성전자가 국내 정보기술(IT) 생태계 저변을 확대하고 청년 취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작됐다. 사회공헌(CSR) 프로그램으로 삼성이 주관하고, 고용노동부가 후원한다. 2018년 12월 1기 500명으로 시작해 꾸준히 교육생을 늘려 올해 1월 7기는 1150명으로 규모가 늘어났다.

SSAFY는 만 29세 이하 미취업자 중 대학 졸업자나 졸업예정자라면 전공과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다. SSAFY는 교육생을 선발할 때 이미 갖추고 있는 역량보다는 IT 산업 전반에 대한 관심,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열정 등을 더 중요시한다. 합격한다면 강도 높은 교육이 기다리고 있다. 1년 2학기 과정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1학기는 매일 8시간씩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구분해 몰입형 코딩 교육을 실시한다. 1학기 과정이 끝나면 2학기에는 전공자, 비전공자 구분 없이 클래스를 구성해 현업에서 요구될 수 있는 과제를 함께 수행한다. 역시 매일 8시간씩 수업이 진행돼 연간 교육시간은 1600시간에 달한다.

SSAFY 7기 수강생 문요성(28) 씨는 “학부에서 어문계열과 경영학을 복수 전공 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IT 분야에 관심이 생겨서 지원하게 됐다”며 “비전공자로서 어려움이 없진 않았지만, 1년간 교육을 받으면서 전공자 못지않은 역량을 갖추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사로 일하고 있는 한기철(45) 프로젝트 컨설턴트도 “비전공자도 1년이면 현업에서 원하는 개발자가 될 수 있다”며 “비전공자가 다른 지식도 많기 때문에 더 좋은 개발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SAFY는 교육생들이 1년 동안 오로지 교육에만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모든 교육 과정은 무상이고, 매달 100만 원씩 교육 지원비를 제공한다. 교육생 규모가 늘어나면서 캠퍼스도 서울, 대전, 광주, 구미, 부·울·경(부산) 등 5개로 확대됐다. 채용 박람회, 기업 설명회 등을 실시하고, 취업지원센터도 운영해 진로 상담, 취업 특강, 면접 컨설팅, 채용정보 제공 등을 상시 지원하고 있다.

SSAFY는 6기까지 3678명이 수료했고, 이 가운데 2999명이 취업해 82%의 취업률을 보였다. 취업한 기업 수는 800개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카카오, 네이버, LG 유플러스, 롯데정보통신, 신세계 I&C, 현대오토에버, 현대모비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이 수료생들이 취업한 주요 회사다. 기업 현장에서 근무하는 SSAFY 수료생들이 늘어나면서, 실전형 인재로 인정받아 채용 시 우대하는 기업은 130개 정도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료생들은 카카오, 네이버에 100명 이상 취업하는 등 국내 IT 서비스 기업으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으며 유망 스타트업으로도 취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SAFY는 청년층에게 열린 기회를 보장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한다는 삼성의 인재 경영 철학을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청년층 기회 창출을 강조해 온 바 있다. 삼성은 첨단산업 위주로 고용을 확대해 향후 3년간 4만 명을 직접 채용할 계획이며, 공채 제도를 유지한다.

삼성은 관행적인 차별을 철폐하고 능력 위주의 채용문화를 확산하는 데도 앞장서 왔다. 삼성은 1957년 국내 최초로 공채를 도입했으며 1993년에는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를 신설하고, 1995년부터는 입사 자격요건에서 학력을 제외하는 등 채용 제도를 혁신해왔다.

서울 관악구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 위치한 C랩에서 직원들이 C랩 역사를 보여주는 갤러리를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서울 관악구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 위치한 C랩에서 직원들이 C랩 역사를 보여주는 갤러리를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임직원에 AI · 마케팅 등 역량교육… 생애 설계도 힘써

삼성전자 사내 프로그램


‘인재제일’, ‘사람이 곧 기업’이라는 가치와 신념을 내세우는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이 고유의 역량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우선 임직원의 리더십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보직장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리더십 진단을 실시하고, 진단 결과에 기반한 리더십 교육을 지원한다. 또 정년 연장과 고령화에 대비하여 임직원의 미래를 지원하는 생애설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직원들은 부서장과 함께 개인의 성장 경로를 설계하고, 이에 맞추어 경력 개발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SW) 직군의 경우에는 개발자 누구나 지속적인 역량 개발을 통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데이터, 알고리즘, 코드리뷰 등의 교육을 들을 수 있다. 영업마케팅 직군은 영업마케팅 기본기 교육을 비롯해 고객 중심적 마인드셋과 비즈니스 감각, 디지털, 협업 역량을 집중적으로 교육받고 있다. 희망하는 국내외 임직원 누구나 ‘삼성마케팅아카데미’를 통해 B2C 영업, 온라인 영업, 제품 마케팅,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 세부 커리어별 러닝 큐레이션을 통해 원하는 영업마케팅 커리어에 대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

다양한 외부 양성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경영학 석사(MBA), 인사 및 재무 석사, 학술연수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현장의 기술 역량을 높이기 위해 1989년 반도체 사내 기술대학으로 시작한 삼성전자공과대(SSIT)는 2001년 정규대학으로 승인돼 설비, 인프라, 디스플레이 분야의 4년제 정규 학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화 흐름에 맞춰 1990년 도입한 ‘지역전문가’ 제도는 입사 3년 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1∼2년 동안 현지 언어와 문화를 익히도록 지원하는 자율관리형 해외연수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이 제도를 통해 세계 80여 개국, 3500여 명의 지역전문가를 양성했다.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 2012년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Creative Lab)도 도입했다. C랩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신사업 영역을 발굴하고, 임직원들이 스타트업 스타일의 연구 문화를 경험해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에도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발산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확산하겠다는 의도였다.

C랩 과제에 참여하는 임직원들은 1년간 현업에서 벗어나 독립된 근무공간에서 스타트업처럼 근무할 수 있고 실패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 제작후원 /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SK, 롯데, 포스코, 이마트, CJ, 두산, 네이버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김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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