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서재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어.”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거나 해본 적 있는 말일 테다. 나 역시 이유 없이 미움을 받는 것 같을 때,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같은 크기로 되돌아오지 않아 쓸쓸할 때면 이와 같이 생각하곤 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하거나 납득시켰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도 같은 위로와 조언을 건넸다.

그런데 만약 이에 대해 “왜?”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면 어떨까. “왜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없어?” “왜 어떤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이끌리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지 못한 거야?” “왜 마음을 돌려받지 못하면 슬퍼?”라는 식으로 말이다. 아마도 당황스러워 말문이 막히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그저 당연하다고만 여겼던 삶의 여러 명제에 대해 비로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게, 왜지? 왜 그렇지? 하면서.

미국의 에세이스트이자 비평가인 비비언 고닉은 바로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일상의 사소한 부분도 그대로 지나치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사람. 뭉뚱그려 생각하기 쉬운 마음의 무수한 결을 세세하게 살펴보는 사람. 그럼으로써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삶의 많은 장면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사람.

솔직하고 생생한 글로 회고록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고닉은 에세이집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에서 이처럼 제대로 알아채거나 정확히 규정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이름을 붙일 수 없었던 다양한 감정을 날카롭게 포착하여 정교하게 펼쳐낸다. 그런 고닉의 사유를 통해 독자는 그간 자주 느끼고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과 밀착되어 그저 흘려보내고 말았던 많은 순간을 재조명하게 된다. 나 역시 책을 읽고서야 오래전 어느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느꼈던 막연한 외로움의 정체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삶의 무수한 파편들을 건져내어 퍼즐을 맞추듯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고닉의 손끝에서, 그저 평범하고 지루한 일과일 뿐이었던 일상의 장면들은 반짝거리는 보석으로 재탄생한다. 그런 측면에서 고닉의 글은 콜라주 미술작품이나 여러 가지 색실로 정교하게 짜 넣은 태피스트리를 닮았다. 그렇게 책에 실린 일곱 편의 글에서 고닉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의 필요성을, 무언가 어려운 일에 몰두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행위 자체에서 사람은 살아갈 동력을 얻는다는 사실을, 거리에서 마주치는 낯선 타인들에게 받는 에너지의 소중함을,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이 홀로 있는 것보다 더 외롭고 고독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감각으로 순간을 포착하면서도 동시에 사랑하고 생각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고닉의 글에는 사람과 삶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삶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끊임없이 ‘기억하는’ 일의 연속”이라는 고닉은 매일을 살아가는 일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있을까? 끊임없는 투쟁 속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삶이라는 각자의 무대에서 끊임없이 투쟁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고닉의 축사이자 위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히 독자는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된다.

한승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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