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북팀장의 북레터
“가능한 한 ‘조금’ 앉아 있어야 하며, 야외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때 떠오른 생각이 아니면 믿지 말아야 한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입니다. 니체는 생각이 막히면 언제나 동네를 거닐며 영감을 기다린 ‘산책 중독자’였습니다. 오죽하면 그가 살았던 남프랑스 거리에 ‘니체 산책로’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미국 과학 저널리스트 애니 머피 폴의 ‘익스텐드 마인드’(RHK)는 니체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책입니다. 최신 연구를 가득 모았지만, 오래전 니체의 저 문장과 같은 이야기를 하거든요. ‘뇌 바깥의 뇌과학’을 강조하는 책은 사고가 뇌 안에서만 일어난다는 관점을 반박합니다. ‘몸’ ‘공간’ ‘관계’ 같은 외부 자원이 창조성과 상상력을 높여 제목처럼 ‘확장된 마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죠. 우리에게 바깥으로 눈 돌리는 일이 더욱 절실한 이유는 쏟아지는 정보로 뇌에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풍부한 실험 데이터로 ‘확장된 마음’을 입증합니다. 수학 문제를 나눠준 한 실험에선 ‘가만히 앉아’ 답안을 작성하도록 강제한 집단보다 ‘가벼운 몸의 움직임’을 허용한 집단의 점수가 월등히 높았습니다. ‘공간’이 업무 능률을 올린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흔히 사무실을 탁 트인 공간으로 만들면 소통과 협력이 늘어난다고 오해하지만, 개방된 곳에선 우리 뇌가 주변 신호에 예민해지기 때문에 창의성을 높이려면 최소한의 벽과 개인 공간이 필요하다네요. 인간관계가 빚는 교감도 중요합니다. 사람과 포커 게임을 한 집단과 컴퓨터를 상대로 게임한 집단의 뇌 스캔을 비교하니 전자의 뇌 영역이 훨씬 활성화된 연결성을 나타냈습니다. 이쯤 되면 “가장 중요한 생각은 ‘덜 생각할 때’ 나온다”는 저자의 문장이 그저 말장난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은 몸처럼 역동적일 수 있고, 공간처럼 바람이 들 수 있으며, 관계처럼 풍부해질 수 있다.”
이번 주 지면에 소개한 과학철학자 장대익의 ‘공감의 반경’은 내 편이 아닌 타자를 끌어안으려면 ‘감정’에 휘둘리는 공감 대신 인지적 사고, 즉 ‘뇌’가 작동하는 공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언뜻 ‘머리를 쉬게 하라’는 ‘익스텐드 마인드’와 충돌하는 듯하지만, ‘익스텐드 마인드’ 역시 휴식을 통해 뇌를 더 잘 쓰는 법을 고민하는 책이기에 둘은 맞닿아 있습니다. 진정한 공감은 타인에 대한 상상력에서 비롯되고, 상상력은 ‘뇌의 한계를 뛰어넘은 뇌’에서 솟아나니까요.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