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철환의 음악동네 - 패티김 ‘별들에게 물어봐’
지하도를 걷다가 아이돌 가수의 생일축하광고와 마주쳤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문구가 대형사진과 함께 시야에 잡힌다. 멈춰선 시민들의 표정을 관찰해본다. “저 친구 참 복도 많네.”
한편에선 다른 반응도 읽힌다. “이 사람들은 그렇게 할 일이 없나.” 음악동네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둘 다 정답과는 거리가 있다. 스타라서 행복한 건 아니고 팬들도 한가해서 광고판에 돈을 쓴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 뭐냐. 이정선의 노래 ‘외로운 사람들’에서 실마리를 찾아본다. ‘우리는 서로가 외로운 사람들/ 어쩌다 어렵게 만나면 헤어지기 싫어/ 혼자 있기 싫어서 우린 사랑을 하네’.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객석은 어둡고 무대는 환하지만 고독하긴 마찬가지다. 관객은 비교하고 가수는 비교당한다. 지하 계단을 걸어 나와 밤하늘을 보니 예전에 그 많던 별이 하나도 없다. 별들의 집단실종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헤아려보면 시야에 안 잡힐 뿐이지 별은 모두 제자리에 있다. 짓궂은 미세먼지 속에서도 동심은 별을 품고 꿈을 키운다. ‘내가 잠이 들면은 저 별도 잠을 잘까/ 아침에 일어나면 또 사라져 있겠지/ 그래도 밤이 오면은 날 찾아올 거야’(산울림 ‘내 별은 어느 걸까’ 중).
하늘의 별은 숨바꼭질을 하지만 지상의 별은 누군가의 가슴에서 등대역할을 한다. ‘아름다운 그대 모습은 매일 꿈만 같아요/ 밤하늘의 별처럼 빛이 나요’(멜로망스 ‘해피 송’ 중) ‘저 멀리 반짝이다 아련히 멀어져 가는 너는 작은 별 같아’(잔나비 ‘가을밤에 든 생각’ 중). 그래서 별은 분주한 낮이 아니라 적막한 밤에 어울린다. 알퐁스 도데(1840∼1897)는 일찍이 소설 ‘별’의 마지막 장면에서 외로움과 그리움이 만나는 풍경의 세부를 동화처럼 펼쳐 보인 바 있다. “저 숱한 별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잠을 깨도 꿈은 깨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팬들이 스타를 버리는 가장 일반적인 행태는 ‘잊어’버리는 것이다. ‘언제까지 당신 곁에 나를 버리고 살 것’(패티김 ‘못 잊어’ 중) 같던 팬들도 시간의 여울목에서 하나둘 광고판 교체하듯 대상을 바꾼다. 애당초 스타는 팬들에게 일편단심을 기대하거나 요구할 수 없는 존재다. ‘세월 가버렸다고 이젠 나를 잊고서 멀리멀리 떠나가는가’(여진 ‘그리움만 쌓이네’ 중).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는 한 당신을 좋아해’(패티김 ‘그대 없이는 못 살아’ 중) 줬던 팬들에겐 축제기간이 될 것이다. 10년을 기다려온 열혈팬들은 아마 이 노래로 화답하지 않을까. ‘사랑하는 까닭에 다 타버린 내 마음을/ 별들은 알고 있어 별들은 알고 있어/ 사모하는 까닭에 울어버린 내 마음을’(패티김 ‘별들에게 물어봐’ 중). 신인들에게 덕담할 때 ‘오늘은 최선 내일은 최고’라고 써준다. ‘가요 톱10’이나 ‘10대가수가요제’에서 패티김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는 걸 감안하면 최선, 최고도 좋지만 최후에 웃는 무대가 가장 멋있는 것 같다.
작가 · 프로듀서 · 노래채집가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