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예술비엔날레 마친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서양 이분법적 사고 벗어나
인간과 자연의 공존 재환기
행사 과정 만난 청년 · 학생들
‘환상현실’ 자연스럽게 느껴
백남준 30년 전 언급한 ‘미래’
우리 앞에 다가왔다는 것 실감
“인간과 자연, 과학기술이 공존하는 ‘미래도시’가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였습니다. 과학과 융합한 예술로 미래를 내다보는 것인데, 이 영역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선두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성찰한 작품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산수화의 기운생동을 디지털 파장으로 표현한 이예승 작가의 작품이 대표적이지요.”
그는 한국의 전통 철학이 미래도시의 디지털 휴머니즘과 통한다고 했다. 서구의 이분법 사고와 달리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인식했던 것이 미래 문명의 공존 개념으로 다시 환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선 관장은 이번 비엔날레 기간 서울의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던 걸 떠올렸다. “전국 각지에서 온 학생들에게 말했어요. ‘우리가 맨 앞이다.’ 미래도시를 꿈꾸고 여는 일에서 대한민국이 세계 으뜸이라는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너희들이 꿈꾸고 상상하는 것이 미래가 된다.’ 이렇게 말하면서 대항해를 앞둔 사람처럼 설레더군요. 우리 역사에서 과연 이런 적이 있었나 싶어서.”
그는 미래를 ‘맨 앞에서’ 예술로 보여주는 비엔날레를 대전에서 열었던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세계 과학 선도 대학인 카이스트가 지역에 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카이스트 교수들께서 비엔날레 준비를 돕고, 한국도시설계학회 등과 미래도시 포럼을 열어 학술적으로 뒷받침을 해줬습니다.”
그가 이끄는 대전시립미술관은 그동안 예술과 인접 영역을 아우르는 초학제(超學際) 주제 전시를 꾸준히 펼쳐왔다. 2019년 몰입형 예술, 2020년 인공지능(AI)과 예술, 2021년 정신의학과 예술 등이 그것이다.
“강연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전시 주제를 더 심화시켰습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과 함께 개최한 워크숍(‘게임과 예술: 환상의 미래도시’·10월 26∼29일)이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젊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디지털 세계의 환상과 실제 현실이 경계 없이 합쳐지는 ‘환상 현실’이 그들에겐 자연스럽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백남준(1932∼2006)이 30년 전 이야기했던 ‘미래’가 당도한 셈인데, 우리는 이제 30년 후의 미래를 내다봐야 하겠지요.”
그는 대전시립미술관이 백남준의 작품 ‘프랙탈 거북선’을 원형 복원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1993년 대전엑스포를 기념해 제작했던 비디오 아트 ‘프랙탈 거북선’은 309개의 구형 모니터로 이뤄져 있다.
“모니터를 원형 복원하고 영상 자료를 데이터 작업화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보니 백남준이 도면을 그리지 않고 작업을 했더군요. 도면 없이도 디지털 작업을 할 수 있는 기질을 우리 한국인이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더군요.”
대전시립미술관은 ‘열린 수장고’에 백남준 작품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 이 미술관은 소장품 보존 장소를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열린 수장고’를 지난 4일 개관한 바 있다.
“예술의 보물 창고를 보여주는 시민 친화적 미술관은 미래도시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각 동네 미술사를 키오스크 자료로 만들어 제공한 것도 그 일환이지요.”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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