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석재왕 건국대 안보재난관리학과 교수

지구촌 곳곳이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 등 자연재해로 비상상황에 직면해 있다. 최근 캐나다 총리의 일본 방문이 취소되고 국가비상사태가 내려지는가 하면, 지난 9월 태풍 ‘힌남노’가 발생하자 대통령이 철야 비상근무를 하고 포항제철소의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쯤 되면 전시 상태에 준하는 국가위기 상황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대규모 재난은 100년 만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매년 올지도 모른다. 우리는 원하지도 않고 예측하기도 어려운 위험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재난대응의 성패 여부가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을 판단하는 척도로 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상이변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이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 재난 발생 초기에 신속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소방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뉴노멀 시대 소방의 역할과 정책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첫째, 재난·안전 패러다임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재난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에 서울에서 이틀 만에 연평균 강수량 30%를 웃도는 451㎜의 비가 내리거나 장마철도 아닌 9월에 폭우가 쏟아진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윤석열 대통령도 “현재 재난관리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한 만큼, 재난대응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재난인식의 변화, 상황 변화에 맞는 안전매뉴얼 보완, 맞춤형 소방장비 도입, 수방시설 기준 개정 등 미래 재난을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우선순위에 따른 인력의 재배치와 예산의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향후 5년간 약 1만 명의 신규인력 충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력 증원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원전과 같은 국가 기간산업이나 재난 취약계층에 대한 소방안전 분야에 중점을 두고 인력의 재배치나 확충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전체 소방 예산액 가운데 10%에 불과한 국가지원 예산도 소방국가직화에 걸맞게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민관 정보공유 및 협력체계의 내실화가 요구된다. 오늘날 재난관리는 국가나 지자체의 대응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재난 발생 시 민간단체와 전문가들과의 긴밀한 협조와 지원은 소방 방재 업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협력체계는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지역·사안별 협력수준의 편차를 해소하고 국가 차원의 민관재난정보공유 시스템을 상설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행정안전부의 민관협력 복구지원대책 운영 시스템이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서울시와 전문가들이 협력하는 ‘서울안전자문회의’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서양 속담에 “신은 항상 용서하고 인간은 가끔 용서하고 자연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위험이 일상화된 시대에는 자연의 역습이 무자비하게 다가오지 않도록 안전을 삶의 최우선적 가치로 인식하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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