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다둥이 엄마, 둘째딸 잃어
동생 잃은 이란성 쌍둥이 오빠
“귤 먹고 싶다던 카톡 사무쳐”
“둘째 딸한테 ‘엄마 나 나갈 건데 5만 원만. 히히’ 하고 연락이 왔어요. (유류품으로 받은) 지갑 보니 3만 원 남아있어요. 남기려고 조금만 쓴 것 같은데 더 줄걸, 돈이 뭐라고….”
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장례식장. 지난 2018년 사별한 남편의 장례비를 거의 다 갚아가는 ‘다둥이 엄마’ 안모(여·55) 씨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둘째 딸 서모(여·20) 씨까지 잃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류머티즘으로 거동이 불편한 안 씨는 “평소 아르바이트하면서 동생들과 엄마한테 용돈 주던 착한 딸”이라며 “엄마가 어디 나가면 걱정돼 전화하곤 했다”며 울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사고로 안 씨에게는 첫째·셋째 딸과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아들만 남게 됐다.
10월 29일 핼러윈 축제 당시 서 씨는 입대를 9일 앞둔 남자친구와 이태원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남자친구는 안 씨에게 “(서 씨가) 심폐소생술로 잠시 (숨이) 돌아왔지만 결국 멎었다”며 “정말, 정말 죄송하다”고 연락했다고 한다. 서 씨가 아르바이트비로 사서 처음 입은 새하얀 옷은 흙범벅이 돼 돌아왔다.
전날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도 20대 여대생 이모(여·24) 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이 씨는 마라탕과 불닭볶음면을 좋아하던 평범한 20대였다.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했던 이 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휴학한 상태였다. 영정사진엔 지난해쯤 찍었던 신분증 사진이 담겼다.
이 씨의 아버지는 “집사람과 맞벌이라 시간이 없어서, 가족과 여행 한번 못 갔다”며 “집에서 오후 9시에 출발했는데, 차라리 조금만, 조금만 더 늦게 갔어도 그런 일이 없었을 텐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씨보다 1분 빨리 태어난 쌍둥이 오빠 A 씨는 사고 당일 오후 2시쯤 귤을 먹고 싶다 했던 동생의 카톡을 무시한 게 가슴에 사무친다고 했다.
A 씨는 “동생이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서 아침 7시쯤 돌아오는 날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같이 산책했었다”면서 “이젠 못하게 됐다”며 울먹였다. 이 씨의 초등학교 친구 차모(24) 씨는 “제가 낯을 가려도 인사를 먼저 편하게 해주던 착한 친구였다”고 말했다.
이예린·김대영·권승현 기자
관련기사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