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오후 10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골목에 인파가 가득 몰려 있다. SNS 캡처
지난 달 29일 오후 10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골목에 인파가 가득 몰려 있다. SNS 캡처


■ 112 신고 녹취록 보니

참사 1시간전부터 출동도 안해




“대형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에요. 압사당할 것 같아요.”

경찰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 10월 29일, 참사 직전 약 4시간 동안 참사 전 사고 위험성을 알리는 112 신고를 총 11건 받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1건 중 6건에는 ‘압사’라는 말이 직접 언급될 정도였지만, 경찰은 11건 중 4건의 신고에만 현장 출동을 했고, 나머지 6건은(1건은 조치 불명확) 전화로 안내만 한 뒤 종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참사 1시간 전부터는 출동을 아예 하지 않아 경찰 책임론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2일 경찰청이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가장 빠른 ‘사고 조짐’ 관련 112신고는 참사 발생 3시간 41분 전인 오후 6시 34분에 접수됐다. 좁은 골목에 클럽에 줄 서 있는 인파와 이태원역에서 올라오는 사람들 등이 엉켜 있어 “잘못하다 압사당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신고자는 심지어 “진입로에서 인원 통제 등 조치를 해 달라”고 구체적인 조치 방법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부 신고자는 인파가 몰린 현장 사진을 찍어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나온다. 최초 신고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1일 “그분은 공포심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신고도 입구 쪽이었고, 시간대나 장소가 사고 날 정도로 위험하다고 판단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이 얼마나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 후 오후 8시 33분에 또 들어온 신고에서 신고자는 “사람들 길바닥에 쓰러지고 이거 사고 날 것 같은데 위험한데”라고 신고했다. 참사 시간과 가까워진 오후 9시 이후부터는 오후 9시와 오후 9시 2분, 7분, 10분, 51분 그리고 오후 10시, 오후 10시 11분 등 7건의 신고가 집중됐다. 특히 참사가 일어나기 약 5분 전인 10시 11분 신고를 한 사람이 ‘아∼’ ‘아∼’라고 하는 비명 같은 소리를 낸 것도 기록돼 있다. 그러나 오후 9시 7분 신고부터 현장 출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신고가 잇따랐을 때 경찰이 조금이라도 더 적극 대응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찰은 또 총 11건의 신고 중 8건을 긴급 출동이 필요한 ‘코드0’(최단 시간 내 출동) ‘코드1’(우선출동)로 분류했지만 실제 현장 조치를 한 것은 ‘코드0’로 분류된 1건(오후 9시 신고)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9시 7분부터 이후 이어진 5건의 신고는 모두 ‘코드1’이 내려졌지만 이 중 현장 조치를 한 건은 없었다. 코드는 접수된 112 신고를 바탕으로 서울경찰청이 일선경찰서에 전달한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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