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경찰 · 소방 · 중대본 등
정보공유 · 소통체계 작동안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 국가적 재난·비상사태에 대한 보고 체계가 엉망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막을 수 있었던 참사 피해를 더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책임론도 비등해지고 있다. 경찰과 소방,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은 정보 공유와 소통 체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보다 참사 사실을 먼저 파악하는 일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국민 안전을 최우선시했던 정부의 재난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국가 재난 관리 시스템에 대한 전면 재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일 경찰청,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참사가 발생한 당일 오후 11시 1분 최초 보고를 받았다. 대통령실은 경찰이 아닌 소방청 상황실로부터 29일 오후 10시 53분 사고 내용을 통보받았다. 참사 사고에 대한 최초 신고가 소방당국에 신고된 지(오후 10시 15분) 38분 만이다.

이 장관이 사고 사실을 처음 인지한 시각은 오후 11시 19분이다. 이 장관은 경찰·소방 직보가 아닌 내부 문자 알림을 통해 사건을 처음 인지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종합상황실로 소방당국의 119신고 내용이 처음 접수된 시간은 오후 10시 48분이다.

가장 늦은 건 경찰이었다. 윤 청장은 윤 대통령보다 참사 상황에 대해 1시간 13분이나 늦게 첫 보고를 받았다. 윤 청장은 30일 0시 14분 경찰청 상황1담당관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았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은 시각은 29일 오후 11시 36분이다.

이를 두고 경찰과 소방, 중대본 등 책임 기관들 사이의 보고체계가 무너지고 재난 상황에 대한 유기적 공유 체계도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경찰 지휘부가 가장 늦게 사고 사실을 인지했다는 점에서 경찰 지휘부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경찰청장과 지방경찰청장이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하는 경우는 과거에도 비일비재했다. 조현오 제16대 경찰청장과 서천호 제26대 경기경찰청장은 2012년 4월 오원춘 살인사건 발생 당시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했다. 2014년에도 이성한 제18대 경찰청장이 세월호 관련 유병언 씨 변사체에 대한 초동수사 실패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정순도 제26대 전남경찰청장은 직위해제됐다. 2005년 12월엔 허준영 제12대 경찰청장, 이기묵 제17대 서울경찰청장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시위하던 2명의 농민이 사망하자 이에 책임지고 동반 사퇴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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